"정부 조사때 교수들 의견 수렴 부재, 대학본부 일방적 확대 압력"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2024.02.26 08:34 댓글쓰기

의대정원 2000명 확대로 의료계가 격랑으로 빠져든 가운데 레지던트 및 인턴, 의대생은 물론 의과대학 교수들 역시 연일 정원 확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중 늘어난 의대 정원을 직접 교육 및 관리할 전국 의대 교수들 견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앞서 전국 의대 교육 정원 수요조사 결과, 2000명에 근접한 수치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40개 의과대학 수요조사 결과 2151명 증원은 총장 책임하에 학교 전체 사정을 감안해 제출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후 전국 의대학장을 중심으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증원 수치를 350명으로 발표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직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김창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데일리메디가 김창수 비대위원장을 만나 의대 교육을 일선에서 학생 책임지는 교수들 생각을 청취했다. [편집자주]


의대 수요 조사결과, 하드웨어만 고려…실태조사 추진


김창수 위원장은 의과대학 정원확대 수요조사 시 교육의 질(質)은 물론 의대에서 직접 교육하는 교수들 의견 수렴이 부재했다는 점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또 수요조사에서 의대가 아닌 대학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원확대 압력을 넣은 사례도 전해들었다고 지난 상황을 토로했다.


이에 현재 전국 의대에 수요조사 과정 및 내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국의대교수협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확대 교육 불가론…의대교육 특수성 고려 안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전국 의과대학의 교육 수용 가능 인원 설문 조사결과는 단순히 강의실 등 하드웨어만 고려해 정원을 책정해 별도로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전국 의대 협의회 교수들의 의대 정원 2000명 불가의 핵심 근거로 의대 교육 불가론(不可論)을 내세웠다. 강의실에서 교수 1명이 수백 명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타 학문과는 전혀 다른 의과대학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


김 위원장은 “법대 강의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의대 교육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술기, 판단력에 대한 능력을 종합 교육하고 있다. 임상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문진부터 진료 전 과정을 공부하고, 해부학을 포함한 기초의학은 대부분 실험 실습을 포함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즉 대부분 의대 교수는 교육 이해도가 높고 학생 교육에 대해 다양한 교육 경험을 가졌지만, 이들조차 단순히 1~2년 만에 문제없이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2000명이 증원될 시 수천명을 대상으로 단순 강의 및 평가만 사이버 의과대학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비대위 탄생 목적…후배 지원 및 정책 바로잡기


그는 이번 비대위 목적은 전공의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근본 문제에 대한 잘못된 해법을 제시한 정부 정책을 올바르게 바꾸기 위함으로 설명했다.


현재 일방적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전공의와 학생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각 병원 의과대학 교수들이 놓인 과도한 업무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공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특히 의대 정원확대에 관해 정원 및 의료 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하는 독립적 협의체를 만들고 검토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국가의 존립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정부가 주장하는데, 왜 그렇게 조급한 성과를 내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덧붙여 표했다.


전공의 업무부담 의대증원 관계 전무(全無)


“일각에서 주장하는 현재 전공의 사직에서 문제 발단은 입원 및 수술, 응급실 등 수련을 위해 참여하는 진료 영역에 대한 문제다. 결코, 업무량에 관한 것이 아니다.”


즉, 의대정원을 늘려 전공의 업무량을 단순히 줄여주겠다는 대응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견해다.


결국, 전공의 핵심 업무는 수술 보조와 입원환자 관리로 단순히 인원 확대로 외래를 늘리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는 토로다. 해당 지점이 현재 정부 당국이 의료에 대한 무지가 확인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부분 인턴과 전공의가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면 전문과의 의사가 많아야 하지만, 국립대조차 병원 내 교수 인원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국가거점병원이라는 국립대병원은 외과 전임교수가 6~7명에 불과하고, 기금 교수나 임상교수를 채용해서 진료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십 년이 넘도록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혹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요구했음에도 전공의를 수련하는 국립대병원 교수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병원이 적자과에 의사를 충원하고 교수를 늘리겠다는가”라고 반문했다. 


병원 전문의 혹은 교수 수가 늘어나면 전공의는 업무가 많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전공의는 진료 의사가 아닌 전문과목 수련을 목적하고, 수련과 관련된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업무량만 적절하게 할당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며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간을 일해야만 수익이 나는 필수의료의 적자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할 시 심장혈관흉부외과나 외과가 개업할 이유가 없고, 본인이 배운 것을 잘 적용할 수 있는 대학병원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으면 등 기피 전공을 선택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병원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을 시, 어쩔 수 없이 개업하는데 개업도 어려운 과는 당연히 선택하지 않고 미래가 없으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의료가 아닌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로 희생을 요구하려면 그만큼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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