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응급환자 '진료거부' 심각
전원율 최대 10% 육박, 국고지원 인건비도 관리 부실
2016.09.26 10:59 댓글쓰기

지난 3년 간 권역외상센터 설립에 국비 2000억원이 넘게 투입됐지만 일부 센터에서 환자치료 거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제출한 2015년 권역외상센터 평가결과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10개 권역외상센터에 3526명의 중증외상환자 중 85명이 이유없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됐다. 
 


이는 전문가로 구성된 ‘외상자문위원회’가 전산망을 통해 집계된 전원 현황을 심의한 것으로, 85건 모두 ‘부당하고 이유없는 전원’으로 분류됐다.
 

전남대병원은 전원율이 9.26%에 달해 권역외상센터 중 가장 높았다. 10명 중 1명 꼴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보낸 셈이다.

이어 을지대병원 3.23%, 가천대 길병원 2.56%, 부산대병원 2.49%, 목포한국병원 2.32%, 울산대병원 2.24%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원된 환자 중에는 상태가 위급함에도 불구하고 권역외상센터에서 '경증'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하급병원으로 보낸 경우도 있다.
 

상태가 매우 심각한 환자를 수술 등의 치료를 하지 않고 약 2일 동안 응급실에만 머무르게 해 보호자의 요청으로 전원된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권역외상센터는 24시간 1개 이상의 중환자실 병상을 무조건 비워둬야 하는데도 중환자실 부족을 이유로 전원한 경우도 있었다.
 

하급병원에서 전문 응급의료를 요청하며 상급병원인 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낸 경우까지 있었다.
 

줄~줄 새는 국고보조금

권역외상센터 인력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게 운영한 사례도 빈번했다. 목포한국병원 외상센터 A의사는 외상환자 전담 명목으로 연간 1억20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지만 외상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지부 지침 ‘권역외상센터 운영 지침’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환수 대상에 해당한다.
 

A의사는 2016년 1~5월 952명의 ‘외래환자’ 중 외상 환자는 274명밖에 진료하지 않았고, 그 외의 환자를 678명 진료해 타 업무 비율이 71.2%로 높았다.
 

목포한국병원은 A의사 외에도 이 같은 행태가 만연해 병원 차원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4명의 의사가 총 5387명의 외래환자 중 외상환자가 아닌 환자 3025명을 진료해 본업이 아닌 환자 진료가 56.2%로 더 많았고, 시술과 수술에서도 794명의 환자 중 타 업무 수행이 45.6%를 차지했다.
 

당직근무로 보고됐음에도 실제 의무기록 확인결과 진료기록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당직근무였다면 수술과 검사 기록에서 해당 의사의 이름이 포함돼야 하고, 간호일지 등에도 의사 이름이 기재돼야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2016년 1월~5월 외과 전담 전문의가 총 92회 당직근무를 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55회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울산대병원도 같은 기간 외과 전담 전문의가 186회 당직근무를 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92회는 기록이 없었고, 가천대길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에서도 같은 행태가 확인됐다.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 5년째 개점 휴업
 

경북대병원은 지난 2012년에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았으나, 현재까지 외상 전담 중환자실 및 입원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북대병원은 지정 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중환자실 등의 시설이 없어 현재까지 개소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가천대길병원은 신경외과의 외상전담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았고 목포한국병원은 병실 면적기준과 간호사 인력기준 등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을 위반했다.
 


또한 원주기독병원은 센터장이 권역외상센터 업무를 전담하지 않아 지침을 위반했고, 을지대병원은 외상중환자실과 수술 관련 장비를 센터 전용으로 사용하지 않아 시행규칙을 위반했다.
 

이들 병원은 권역외상센터 법령과 지침 위반 등으로 최대 2억1420만원에서 최소 9982만원까지 총 6억6465만원 환수조치를 받았다.
 

이러한 권역외상센터 지정기관의 위반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위반으로 보조금을 환수당한 병원에 복지부는 다시 수 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가천대길병원 5억원, 목포한국병원 2억원, 원주기독병원 2억원 등이다.
 

최도자 의원은 “의사가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내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외상센터의 운영 전반에 대해 당장 감사원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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