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고혈압약에 발암물질 함유됐다고'
환자들, 병·의원 문의 등 혼란···식약처 '중국산 원료 사용 219품목 판매 중지'
2018.07.09 06:00 댓글쓰기

중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만든 고혈압 치료제 82개 제약사 219개 품목이 잠정 판매 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됐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돼 회수 중이라고 발표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를 잠정 수입 및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NDMA를 ‘2A(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최근 3년간 국내 ‘발사르탄’ 제조·수입량은 48만 4682㎏(제조 36만 8169㎏ 수입 11만 6513㎏)이다. 이 중 수입 및 판매 중지된 해당 중국 제조사의 발사르탄은 같은 기간 전체 제조·수입량의 2.8%(1만 3770㎏)에 해당한다.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통해 “해당 제품의 NDMA 검출량과 위해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차원 제조·수입 잠정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EMA도 중국산 NDMA의 검출량과 복용한 환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 중이다. 예방조치로 지난 5일부터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전국 600만명 고혈압환자 가슴 철렁···식약처 홈페이지 마비


발암물질 작용 가능성이 있는 성분을 포함한 고혈압약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자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 고혈압 환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식약처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발암물질이 들었다는 고혈압약 회수 문제를 해결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8일 오후에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는 식약처, 발사르탄, 고혈압 발암물질 등이 실시간 검색어 10위안에 오르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혈압 약은 대개 두세 달치를 한꺼번에 처방받는다. 당장 오늘(9일)부터 약을 대체하려는 환자들로 일부 병의원과 약국이 북새통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일선 의료기관도 이를 대비 중이다.


해당 업체들의 혼란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업계는 식약처 발표 이후 진위 파악에 나서면서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는 전언이다.


일부는 자체적으로 연구소 등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발암물질이 혼입됐는지 확인에 나섰다. 상장사의 경우 주식시장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탁을 받아 해당 제품을 생산해온 제약사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치 못하는 상황이다.


식약처, 82개 업체 현장조사···해당 원료 미사용시 ‘판매중지' 해제 방침


식약처는 즉각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치료제 제조업체를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82개 업체 219개 품목이 대상으로 해당원료가 실제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사용한 것이 확인된 고혈압치료제에 대해서는 회수 조치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얼마나 함유됐는지도 검사하게 된다. 


다른 제조원의 원료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잠정 판매 중지 조치를 즉시 해제하게 된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불순물(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의 발생 원인, 함유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국내·외 정보를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는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공정의 일부를 변경하면서 불순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함유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허가된 고혈압 치료제는 성분별로 발사르탄, 로잘탄, 에프로사탄, 텔미살탄, 이베살탄, 올메살탄, 칸데살탄 등을 함유한 제품이 총 2690개 품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발사르탄 함유 제제는 총 571개며, 문제가 된 중국 ‘제지앙 화하이’의 발사르탄 성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219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는 사전 예방적인 조치”라며 “고혈압환자는 임의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문제가 된 발사르탄 성분은 대체할 수 있고 동일기능 성분의 치료제들이 다양하게 허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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