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발암물질 파동에 의원·대형병원 ‘술렁’
오리지널·제네릭 처방 가리지 않고 환자 문의 폭주···일부는 정상업무 마비
2018.07.10 05: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중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만든 고혈압약 치료제에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개원가와 병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를 잠정 수입 및 판매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주말 발표 이후 월요일을 맞이한 개원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환자들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업무가 마비되는 의원들이 속출한 것이다.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월요일이라서 가뜩이나 바쁜데 발사르탄 파동으로 진료가 마비됐다”며 “환자들이 매우 불안해하면서 간호사들로는 응대가 안 돼 원장이 직접 나서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르탄 원료에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이 처방 받은 약이 해당 약품에 해당하는지 문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발사르탄 처방을 받는 환자들 외에도 다른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환자들조차 공포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환자들도 하소연을 할 곳이 없어 병원에 항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발암물질에 대한 공포는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고 오리지널 약제를 쓰는 의료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내과 의원 원장은 “우리는 오리지널 약제만 쓰는데도 환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문의도 많았다”며 “환자들이 ‘내가 먹는 약이 어떤 약인가’라면서 확인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제네릭을 쓰는 의료기관이나 오리지널을 쓰는 의료기관이나 환자들의 문의로 업무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처방약에 대해 해명하고 나선 것은 개원가뿐만 아니다. 병원들도 홈페이지 안내를 통해 “우리병원은 발암물질 약제를 처방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세종병원 관계자는 “판매 및 제조중지 대상으로 발표된 의약품 중 세종병원과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에서 처방하는 품목은 없다”고 밝혔다. 

충북대병원도 “병원에서 사용 중인 고혈압 약과 과거 처방했던 약의 목록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되는 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醫 “식약처 발표, 혼란만 부추겼다”

의료계는 식약처의 지난 주말 발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팩트 중심으로 사실 발표를 했을텐데 식약처가 지나치게 환자들의 공포감을 조장했다”며 “이는 굉장히 잘못한 대처”라고 비판했다.


송 회장은 “국가 시스템에서 허가한 약을 처방했을 뿐인데 환자들에게 이러한 점을 설명하기도 어렵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식약처를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9일 “이번 사태는 의약품 원료에서 부작용까지 안전관리의 책임이 있는 식약처의 직무유기로 식약처장을 포함한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마땅하다”며 “비용 대비 효율성만 추구하고 의학적 원칙은 무시한 잘못된 약가 결정구조 역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처방 변경을 위해 내원한 환자들에 대해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회원 안내도 실시했다.


의협은 “식약처는 현재 시판되는 모든 제네릭 의약품의 원료 안전성 재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생동성 검사도 보다 엄격한 기준 마련을 포함한 철저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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