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전면 급여화 직면 의료계 화두 ‘적정수가’
文케어 입장차 드러난 의협·병협 “저수가 개혁 시급” 공감대 형성
2018.07.10 10:42 댓글쓰기

[기획 1]문재인케어 시행을 둘러싸고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 추진 속에서 진행된 내년도 수가협상에서 의료계의 두 대표단체가 각기 다른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의협은 문케어에 반대하며 저수가의 원인인 원가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병협은 문케어의 시행에 비교적 협조적인 상황이다. 이는 내년도 의원급과 병원급 수가협상 결과로도 이어졌다. 의협은 수가협상 결렬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까지 탈퇴한 반면, 병협은 2.1%라는 인상률을 거머쥐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급병실료와 MRI 급여화가 시행된다. 이에 의협과 병협의 적정수가에 대한 간극이 좁혀질지 아니면 입장차이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적정수가 책정이 시급함을 촉구하는 양 단체. 이들의 요구가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추이가 주목된다.[편집자주]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지난해 8월 문재인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국민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중 의료계와 병원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문제였다. 현재 비급여 영역으로 남아있는 치료를 모두 급여 치료로 바꾸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3600개 비급여, 전면 급여화” 천명
정부는 3600개의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각과 개원의사회와 학회들은 "의학적으로 비급여로 존치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한데 정부가 일괄적인 급여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의협 수장이었던 추무진 회장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반대한다. 단계적인 급여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급여의 급여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면적인 급여화에는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이 추진되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비대위는 문케어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이후 비대위는 문케어에 전면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병협도 처음에는 문케어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병협은 의협 비대위 구성에 비대위원을 파견하면서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들도 문재인케어 대응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수가 부문에서 인상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비대위가 신중하게 접근해 세부적인 부분을 잘 챙겨주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협 김병관 이사는 “원가 보전 없이 비급여가 급여화 된다면 중소병원 경영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케어는 대형병원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중소병원은 지금보다 더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병원들도 문케어에 대해 우려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병원은 전체 수익 중 비급여가 30% 수준으로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대한 충격이 없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현재 비급여 항목을 전부 급여화 하는데 재원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신임 임영진 회장이 수장이 되면서 병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병협은 일단 문재인케어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회장은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통한 국민 의료비 경감이라는 방향에 공감한다”며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단은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적정수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내비쳤다. 임 회장은 “정부는 문케어 전제조건으로 적정수가를 얘기하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며 “일단 참여는 하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료계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결국 ‘관행수가’ 반영비율
결국 관건은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화됐을 경우 비용이 어느 정도 될지 여부다. 정부는 의료계 우려를 의식해 100% 보장을 공언했지만 의료계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및 시도의사회장단과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전환에 있어 수가책정은 관행수가의 100% 반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다만 “특정 항목의 수가 책정 시 연동되는 수가를 신설해 보전하거나 항목별로 맞추지 못하는 손실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재정 투입으로 보전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료계는 “급여로 전환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추계만 있을 뿐, 기존 수가에 대한 재정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정부도 기존 수가에 대한 조정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향후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때 이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 간 관행수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관행수가와 회원들이 생각하는 수준은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며 수가 자체를 대폭 떨어뜨린 뒤 관행수가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문케어의 관건은 결국 관행수가”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병원에서 많이 시행되는 대표적인 비급여인 MRI에 대해 교수들은 “관행수가 보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 이상훈 총무이사는 “MRI가 급여화 되면 대학병원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며 “초음파 급여화나 MRI 급여화 모두 예정돼 있던 것이지만 MRI 급여화의 경우 문케어로 그 시행시기가 빨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총무이사는 “결국 관행수가를 반영해줘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대한영상의학회와 정부가 이에 대해 협의해나갈 문제”라고 덧붙였다.

MRI 급여화는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등이 참여한 MRI 급여화 분과협의체에서 논의가 진행되다 지난 6월 8일 의협으로 협상권이 위임됐다. 의협은 의정실무협의체에서 정부와 MRI의 관행수가를 포함한 급여화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수가협상에서도 수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불거졌다. 의협은 공단이 적정수가에 대한 의지를 수가협상을 통해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공단은 수가협상과 문재인케어로 인한 수가 보상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의협과 공단의 수가협상은 간극 차이로 결렬됐다.

복지부 “원가수준 수가 책정 노력-파악 방법 고심”
의료계는 적정수가 보장을 위해 고질적인 '3저(低)'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국민과 의료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우리나라 의료계의 합리적 발전을 가로막는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체계를 적정부담-적정보장-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1970년대 체제인 저부담-저수가-저보장의 체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를 위해 재개된 의정협의체에서 ‘더 뉴 건강보험’을 제시하며 새로운 건강보험제도 논의의 첫 발을 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도 관행수가와 적정수가의 갭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홍승령 서기관은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기자단 대상 수가정책 설명회에서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환자에 대한 충분한 진찰이 취약해 3분 진료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수가항목 간 불균형으로 불필요한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서기관은 “적정수가는 실제 행위에 대한 원가수준을 파악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급여 전환 시 마이너스가 되는 항목은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해 만회할 수 있도록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가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문제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실제로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민간보다 더 작은 규모의 열악한 곳에서도 원가조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인프라만 갖춰지면 명확히 할 수 있다 민간기관이 자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필요한데 망설임이 있다. 객관적 자료를 공유해줘야 합리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수가는 어제 오늘의 화두가 아니다. 의협은 물론 병협, 복지부도 모두 적정수가와 수가현실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문재인케어는 이러한 논의의 촉매제 역할이 됐다. 그동안 저수가의 굴레 속에서 수익을 보전해오던 방법이 비급여였기 때문이다.

문케어는 정말 적정수가 논의의 바탕이 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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