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일정 비율, 의사과학자 트랙 지정·육성"
국회입법조사처, 과제 제시···"과기의전원 신설하고 소관부처 일원화 필요"
2024.05.20 05:41 댓글쓰기



사진출처 카이스트 

씨가 말라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함께 카이스트·포스텍·지스트·유니스트·디지스트 등 국내 과학기술원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및 의대 정원 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입법분석기관 제언이라 더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9일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조사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대학 자율에 맡기면 연속적, 안정적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소관부처 통일 및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사처가 뽑은 현재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의 큰 문제점은 현재 시행 중인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관 부처 사업 성격을 띠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대·경희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 등 각 의대에서 대부분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구 급여·연구 시간 등을 보호해주는 제도가 없어 배출된 의사과학자가 독립된 연구자로 안착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자료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이에 조사처는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 확보 ▲컨트롤타워 확보 ▲법률 근거 마련을 위한 의사과학자양성 특별법 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트랙 확보와 관련해서 조사처는 “입법에 앞서 카이스트 등이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및 임상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대정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정부는 앞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담 의대를 만들기보다는 지방대를 중심으로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과기의전원이라는 모델은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다. 


조사처는 “이러한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이공계 우수 인력이 의료계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현실적으로 의과학 교육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사처는 “의대 정원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체계와 교육과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군입대 문제와 관련해 연구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대체복무 지원 등의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처 통합·연계 부족해 연구단절 증가, 의사과학자 범부처 관리조직 신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부처 간 통합·연계가 부족한 것도 조사처가 뽑은 특징이다. 따라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부처 사업에 참여한 이후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후속 연구 사업이 연구되지 않아 연구 단절이 발생한 사례가 많다. 


과기부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2018~2022년)에 따르면 개인기초자의 연구단절률은 ▲2013년 28.7% ▲2014년 28.8% ▲2015년 32% ▲2016년 38.9% 등으로 매년 높아졌다. 


실제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및 교육부가 담당하고, 임상의과학 및 임상의학에 대한 지원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또 ‘융합형 의과학자 양성’ 사업은 복지부가 운영하고, 신진연구자 지원을 위한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 사업은 복지부와 과기부가 별도로 운영한다. BK21 (브레인코리아21) 지원사업은 교육부 소관이고, 학부생 연구 지원 위한 사업도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조사처는 “단일 기관이 주도권을 가지고 산업계, 학계, 연구계를 통합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주관부처를 정하거나 범부처 관리조직을 신설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원금이 지속가능하고 시의적절하며, 연속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 살필 때 단순한 성과지표로 사업을 평가하지 않도록 평가지표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수련의-전문의 전(全) 주기 양성 시스템 마련돼야 의사과학자 효율적 배출” 


조사처가 소개한 해외사례를 보면, 학부 과정-수련의 과정-전문의 과정 등 의학교육 전반에 걸친 양성 시스템이 세워졌을 때 효과적으로 의사과학자가 배출되고 있었다는 점도 참고할 만 하다.  


일례로 미국은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가 합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 오후 시간을 비워 온라인으로 강의를 제공하는 등 학기 중에도 연구 참여를 지원한다. 의대생 상당수가 1년 이상 갭이어(gap year)를 두고 전일제 연구를 수행하는 환경도 마련했다. 


미국의 MD-PhD 통합학위프로그램은 미국국립보건원(NIH)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통해 의대 등록금을 지원받고, 학생들은 의대 2년 공부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4~5년 연구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의대로 돌아와 2년 공부한다. 


이 과정에 9만5000여명 의대생 중 매년 5000여명 이상이 지원, 경쟁이 치열하고 매년 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입법조사처는 “의사과학자가 단순한 기초의학연구자가 아니라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가교자임을 인지해야 한다”며 “양성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을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겨두면 연속적·안정적 지원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단계에 있는 의사라도 연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 및 산학협력시스템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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