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왼쪽부터 정성환 교수, 소철호 환자, 이석인 교수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가천대길병원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의료진 협진으로 한밤 중에 진행된 응급 폐동맥 색전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18일 근무하던 중 객혈을 하며 쓰러진 소철호(61)씨의 폐동맥 색전증 수술이 여러 과의 협진으로 신속하게 진행돼 합병증 없이 환자가 퇴원했다고 5일 밝혔다.
응급실로 이송된 소씨 상태는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워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했고, 검사 결과 오른쪽 주폐동맥부터 시작해 위와 아래 폐구역 동맥까지 심각한 색전(혈관을 막고 있는 여러 원인에 의한 덩어리, 또는 물질)이 확인됐다.
폐혈관 CT촬영에서 폐동맥 혈관육종 가능성도 보여 곧바로 응급 수술을 시행하기보다는 과거 같은 질환으로 다른 병원에서 받았던 치료 이력을 꼼꼼히 검토해 치료 방향을 결정했다.
의료진은 보호자로부터 소씨가 지난 2013년부터 다른 병원에서 폐동맥 색전증으로 치료받았고, 이후 최근까지 만성폐동맥 색전증을 치료받아 온 것을 확인했다.
22일 소씨 상태가 더욱 불안정해지자 흉부외과 이석인 교수 등 의료진은 에크모(ECMO·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속에 투입하는 장비) 치료를 시작하며 환자에게 심정지가 오지 않도록 응급조치했다.
진료기록과 검사 등으로 폐동맥 혈관 육종의 가능성이 낮아지자 의료진은 23일 지체하지 않고 응급 폐동맥 색전 제거술을 시행했다.
인공심폐기(심장수술을 할 때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기계)로 심정지 상태에서 색전을 제거해야 하는 수술로, 이 교수의 집도 아래 색전 제거술이 무사히 진행됐다.
하지만 인공심폐기를 환자에게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객혈로 인해 오른쪽 주기관지 전체를 막고 있는 혈전이 확인됐다.
길병원은 "폐동맥 색전증이 있으면서 심한 객혈로 기관지가 막힐 정도는 매우 드문 사례로, 영상 진단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기관지 혈전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기관지내 혈전으로 오른쪽 폐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인공심폐기 없이는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인공심폐기를 사용할 경우 여러 합병증이 예상되는 만큼 빠른 판단과 조치가 필요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이석인 교수는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 정 교수는 수술실로 달려와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기관지 혈전을 제거했다.
2시간이 넘는 수술 후 우측 폐에 환기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한 후 이 교수와 정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이 교수는 “응급한 상황에서 야간에 이뤄진 수술인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지만 정 교수님을 비롯해 내시경팀에서 신속하게 수술을 도와준 덕분에 환자는 현재 합병증 없이 회복해 퇴원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전화에 조금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환자 폐기능이 회복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