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총파업 D-day…의사, 청진기 내려놓고 거리로
역대 4번째 돌입…의협 예고 '역대급 휴진' 실제 이뤄질지 초미 관심
2024.06.18 05:54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2024년 6월 18일.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한 범(凡)의료계 총 파업이 시작됐다.


의약분업 반대 파업(2000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2014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반대 파업(2020년)에 이은 네 번째 집단행동이다.


파업 당일까지 출구 없는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를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도 시일 내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대한의사협회 등 범의료계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집단휴진에 돌입한다.


앞서 의협은 지난 16일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취소 등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대(對)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정부 무책임한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며 "범의료계 투쟁특별위원회를 구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투쟁 성패 가르는 '개원의·교수' 휴진 참여율 초미 관심사


의료계 집단휴진이 현실화하면서 투쟁 성패를 가르는 의사들의 실제 참여가 얼마나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투쟁은 개원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의대 교수 동참 유무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는 휴진율이 얼마나 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의협은 의대 교수와 봉직의, 개원의 등 범의료계가 일제히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대 증원 등 정부 의료개혁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센 만큼 '대규모' 휴진이 벌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의협이 의사 회원 11만1861명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7만800명이 참여하며 사안에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는 의협이 과거 총파업 투표를 벌였을 때와 비교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투표를 한 7만800명 중에서는 90.6%(6만4139명)는 의협 투쟁을 지지했고, 73.5%(5만2015명)는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 총파업 투쟁에 대한 투표는 4만8861명, 2020년 의대 증원 집단행동 투표는 2만6809명이 각각 참여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그동안 투쟁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 중 가장 압도적인 투표율과 지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나서면 이번이 역대 4번째 총파업이 된다.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번 파업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안에 대한 의료계 공분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앞선 파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그동안 집단행동 등 투쟁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의과대학 교수들의 변화로 다른 무게감을 보이고 있다.


2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미 의협 방침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 같은 방침에 이른바 '빅5' 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들도 일제히 휴진에 동참하면서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어제(17일)부터 무기한으로 전면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응급‧중증‧희귀‧난치질환을 제외한 진료를 중단하는 무기한 휴진을 시작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20개 임상과가 모두 휴진에 참여하면서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 외에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이 소속된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와 서울아산병원 등이 소속된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집단휴진 동참을 선언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소속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수위를 높여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2020년 8월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정부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 모습.

정부, 과거 집단행동 전례 들며 총파업 참여율 저조 전망


다만 정부는 과거 의사 집단행동 전례를 보며 휴진 참여율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투쟁 파급력을 좌우하는 개원가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14일 파업 당시 전국 3만3836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1만1025개기관이 휴진해 휴진율 32.6%를 기록했다.


하지만 2차 집단휴진일이었던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휴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6일 10.8%, 27일 8.9%, 28일 6.5%에 그쳤다.


의대 교수들의 참여도 미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의료계 가장 격렬한 투쟁사로 기록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에도 의대 교수들은 진료현장을 지켰다.


또 2014년 원격의료 저지 투쟁, 2020년 의대 증원을 저지하는 의료계 총파업 당시에도 궐기대회 장소에 의대 교수들은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정부는 이러한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실제 휴진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기존 의료계에서 집단휴진 결정을 내린 적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주 미미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단휴진 불참을 선언하는 의사 단체들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정부 예측에 힘을 싣는다.


앞서 분만병의원협회는 지난 13일 총파업 날에도 정상 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분만 같은 필수의료는 휴진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아동병원협회도 의협 투쟁에 공감하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며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필수적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은 병원에 남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역시 집단 휴진이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 공정거래법 위반 법적 검토…18일 당일엔 업무개시명령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학병원장들에게 교수 집단 휴직으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라고 요청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개원가를 향해서도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개원의들에게는 18일 진료명령과 함께 만약 휴진할 경우 사전에 신고하라고 명령했다. 당일 현장 점검을 통해 신고 없이 휴진한 병원을 적발하면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의 경우 업무정지 15일에 1년 이내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음을 부연했다.


또 의사협회가 개별 의사에게 휴진을 강제할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인되면 10억원 이내 과징금과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에 반발한 의협 차원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김재정 전(前) 의협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의협은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총파업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의협은 바로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도 "정부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가 기초 안전망인 의료체계가 붕괴하면 결국 나라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혼란과 위기에 빠진다"며 "패망 직전인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의료 정상화 방안에 대해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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