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건강보험증 도입 찬반 갑론을박
2009.05.29 03:40 댓글쓰기
지난 2001년,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혔지만 의사 및 시민단체 반대 여론에 밀려 소강 상태에 머물렀던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쏟아지고 있다.

29일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 금요조찬세미나에서는 "종이보험증을 없애고 스마트 카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민등록증으로도 수급자 확인이 가능한데 왜 꼭 불편함을 가중시켜야 하나"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사실 정형근 이사장은 지난해 연말 취임 100일을 맞아 "현행 '종이보험증'은 재발급량 과다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건강보험증을 전자카드로 개선하는 사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카드가 보급되면 환자는 전자건강보험증을 반드시 소지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의사의 보험료 허위ㆍ부당청구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뼈대다.

그러나 예상대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적지 않은 이의 제기가 쏟아졌고,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험난한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서울대의대 김주한 정보의학실장은 전자보험증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요양기관운영 및 보험 관리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 ▲관리비용 절감 ▲건강보험 자격관리 및 요양기관 이용절차를 간소화·자동화해 서비스 수준 향상 등을 들면서 제도 도입의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석일 교수는 "일부 의사의 보험료 부당청구는 허위 검사료청구, 진료비와 보험료 이중청구 등 진료비 부풀리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자보험증 도입으로 국민들의 편익이 도모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편익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하고 "지금도 주민등록번호와 얼굴로도 확인이 되는데 굳이 전자보험증을 만들어야 하나"라고 못 박았다.

정부가 스마트카드를 도입할 시기와 방법을 잘못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좋은 도구를 '귀찮은 것'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어 전자보험증 도입을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 뿐많이 아니다. 가입자와 부양가족의 기본 신상정보, 질병 및 치료기록 등이 입력되는 전자건강보험증은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소장은 "건강보험증에 입력되는 개인정보들은 만에 하나라도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예컨대, 대금 결제를 위해 진료 및 제약 내역이 전송돼 신용카드 회사가 개인의 병력사항과 투약 내역을 보게 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주민등록증으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새로운 카드를 도입해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정부는 전자보험증 도입을 반대해야할 이유도 없지 않는가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도입에 동의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공급자의 행태는 또 다른 우려를 나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창보 소장은 "상당 수의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병원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동기로써 환자 정보를 축적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특히 대형병원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 정보가 보험회사로 전혀 흘러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필연적으로 전자건강보험증은 상당한 상업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전자보험증 도입 시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 김석화 교수(전 의료정보학회장)는 "진찰권 분실에 따른 재발급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외래 처방전을 스마트카드에 저장해 약국에서 곧바로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김석화 교수는 "공단에서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을 깎아먹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신 다양한 기능과 질적으로 우수한 기능을 카드에 담는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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