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증률에 대한 원인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인증을 받을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의료기관들을 유인할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낮은 수가로 인해 병원들이 재정난을 겪는 와중에 인증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 과도한 행정력이 소모된다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이 인증을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하기도 어렵고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을 투입해 인증을 받아보아야 얻는 이익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2년째 의무인증을 받아온 요양병원의 입장에서는 인증으로 인해 체계가 잡히고 직원들의 자부심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익도 미미하다고 호소한다.
오히려 강력한 규제로 경영상, 행정상의 부담을 가중시켜 요양병원의 질을 저하시킬 소지가 많음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의료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시행된 적정성 평가, 일당정액제, 의료인력 등급제 등의 제도가 오히려 요양병원의 경영악화, 진료행태의 왜곡, 노인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겪어 왔다.
제도 도입시 불이익이나 규제가 없는 인증제라고 인증원은 강조하였지만 결국은 요양병원 협회의 우려대로 인증과정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심평원, 복지부, 보건소 등 감독기관에서 각종 규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1. 요양병원 의무인증 도입 과정상 문제
의료기관평가를 인증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2010년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에 비하여 출발이 늦어 환자 안전관리나 서비스 질 관리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인증제를 통한 질적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하여 이법에 의해 따라 2013년 1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인증신청을 해야 한다. 개설 허가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청하지 않으면 인증조사 미신청에 따른 입원료 가산과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보상을 적용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2-169호, ‘12.12.21)
당시 의료기관인증제 전환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온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국제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반겼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는 관련법 개정이 충분한 법안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복지부의 강력한 의지에 떠밀려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지적을 했다.
인증제 전환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의결까지 단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 추진위원회는 법제화에 앞서 2010년 5월 전국 12개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기관인증제 시범조사’를 하였지만 정작 1300개나 되는 의무인증 대상인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은 물론 공청회나 요양병원 협회에 의견 개진을 위한 공문회람 한번 실시하지 않고 진행됐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서야 요양병원이 의무인증 대상임을 알게 되어 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되었음에 분노가 극해 달하였다. 전문가의 의견 없이 정책을 실현한 것이며, 이는 소비자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인증원에서는 "시민 사회는 우리 인증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해야한다고 요구한다."며 "우리의 목표도 그것이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요양병원협회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정부는 각 병원 당 1,000만 원 가량의 인증조사 비용을 정부예산으로 확보했다.
인증원은 설명회에서 인증이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요양병원은 인증을 위해 수천만 원에서 1억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리고 인증 후 인증상태를 지속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산출할 수도 없다. 인증 관련 각종회의에서 각종 시민단체를 만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으니 보전을 해야 한다던지 인증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을 지원해야한다든지 하는 의견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의료 수가에 현재 인증에서 요구하는 환자안전에 대한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데 무슨 돈으로 환자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요양병원을 강제로 쥐어짜다보면 폐쇄를 하던지 살아남으려면 진료에 투입되는 예산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그동안 환자진료에 빠듯한 비용을 쓰고 있는데 흥청망청 비용을 쓴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환자 진료에 할당된 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급히 법안을 통과시키느라 안전관련 비용을 마련하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요양병원 협회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법안 통과 당시부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하였다. 법안 마련과정에서 병원계와 시민단체들 간에 이견이 분분하였을 뿐 아니라 요양병원의 의견은 한 번도 들은바 없이 법안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국회를 통과하는 바람에 인증기준과 인증전담기관의 독립성, 지위, 역할과 위상,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태동 한 것이다.
2. 의무인증과 의료기관 질 향상 연관성
요양병원협회는 의무인증이 과연 의료기관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의무인증으로 부작용 없이 의료기관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2년째 인증을 받는 중에 부작용은 여실히 드러났다. 부족한 인력으로 많은 항목의 평가를 진행하니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담당 직원이 퇴사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였으며, 구조 관련 평가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부담이 상당했다.
정부는 인증제를 통해 질이 나쁜 병원 또는 사무장병원등이 퇴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인증을 받으려하다 보면 의료진이 환자 옆에 다가가기 보다는 서류작업과 행정 일에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의료윤리가 미미한 소위 저질병원은 의료의 질을 낮추면서도 인증을 받으려 할 것이고, 제대로 된 병원은 인증을 못 받더라도 의료의 질을 낮출 수는 없으므로 오히려 제대로 된 병원이 퇴출을 당하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질을 높이는 일부 기능도 있지만 그 많은 노력과 투입된 자원에 비해 얻는 결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을 필두로 요양병원의 안전과 더불어 강제구금, 폭행, 성폭행, 환자 길들이기, 국가재정의 횡령, 인허가상의 비리, 사무장병원, 노숙인 강제 입원 등의 총체적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언론에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인증기준의 강화를 거론하고 있다. 요양병원 협회도 저질 요양병원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그동안 회원병원에게 자정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해오고 있다.
심한 반발 속에도 결국 의무인증제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협회 임원들이 조사위원, 심의위원 등으로 적극 참여하고, 협회차원에서 요양병원들을 대상으로 인증 준비 교육을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또한 복지부내에서 과도한 규제라고 하여 반려된 바 있는 침대형 엘리베이터 의무설치 등의 설치 규정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 왔다.
인증기준을 강화했으면 장성요양병원에 방화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인증의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다. 그럴듯한 미션이 있고, 안전한 약물 투약규정을 갖추고 있고, 손 씻기를 100%하고, 서비스만족도 조사를 지금보다 몇 배 더 강화 한다고 방화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요양병원에는 덜 중요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는 필요한 규정을 충족하려고 행정력을 쏟다보니 정작 요양병원에 가장 중요한 ‘환자간병’ 등의 문제에 손을 댈 여력이 없고 간호 인력이 환자에게 다가갈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요양병원 1300곳의 의료비 합계가 메이저 big 5병원 1~2개 매출과 유사하다. 답을 현장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걸맞지 않은 ‘JCI’, ‘글로벌 스탠더드’에 현혹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규제로 현재 요양병원은 요양원보다도 못한 수가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요양병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논하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여력이 되지 않는데 여론을 힘입어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이며 질 저하가 올 것으로 본다.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이 인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에게 인증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어 답답하다. 저질 병원 또는 사무장병원등이 퇴출을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본인이 조사위원으로 수차례 인증조사를 다녀왔지만 인증조사로는 의료법인으로 포장을 한 실질적인 사무장병원의 인허가 과정, 환자 사고팔기, 덤핑, 인권유린 등 의 불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다. 내놓고 불법행위 하는 병원이 없을 것이고, 인증에는 이들을 보는 항목도 없고, 조사위원이 조사할 내용이 아닌 것이다. 수사권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JCI인증기준은 저질의료기관, 불법의료기관을 거르지 못한다. 질이 우수한 병원을 선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증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되어야하고 저질병원 퇴출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요양병원 협회는 인증의 본래취지에 맞게 “자율인증제로 전환할 것과 현실에 맞는 기준의 개발, 실질적으로 질 향상과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위한 정책제안을 인증원과 복지부에 꾸준히 하고 있다.
3. 요양병원 현황과 인증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과 달리 수술 후 회복기환자 요양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행위별수가제에서 일당정액제로 바뀌어 일부병원의 병실차액료 외에는 비급여부분이 거의 없다. 일당 정액제는 비슷한 자원소모량이 투입되는 환자들을 7개 군으로 나누어 행위별수가체제하에서의 의료수가의 평균값을 책정한다. 급성기병원의 준중환자실에 있을만한 환자군이 ‘최고도’이고, 내과병동에 있을 만한 환자군이 ‘의료고도’ 환자이고, 환자군 특성에 따라 ‘의료중도’, ‘의료경도’, ‘인지장애군’, ‘행동장애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나뉜다.
문제는 각 군별로 동일한 수가를 주기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위해선 자원이 덜 들어가는 ‘환자 고르기’ 현상과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는 저질의료를 하게끔 유도하는 제도인 것이다. 기존에 없던 인증을 위해 추가수익을 확보하려면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안전과 질 향상을 위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이 인증을 강제하게 되면 기존에 투입되던 재정, 인력을 전용해야함으로 전반적인 질 저하와 안전에 오히려 큰 위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화된 인증을 요구 하면 왜곡된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특진비, 병실차액료 및 각종 비급여수가로 적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대학병원과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요양병원이 급격한 의료비 상승의 주범이며 저질의료를 행한다하여 적정성평가, 의료법 강화, 의무인증 등 3중 4중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협회는 1300개 요양병원에 지급되는 의료비는 빅 5 병원 1-2개에 불과하고 요양병원이 급증한 최근 5년간 건보재정 흑자에 요양병원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4. 상급종합병원보다도 까다로운 인증기준
정부는 인증을 계획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인증기준에도 없는 부분들을 삽입하였다. 그것은 적정성 평가의 구조지표들과 의료법에 있는 내용들이다. 결국은 인증제도의 본질과 관련 없는 지표들과 자율인증이라는 큰 원칙이 훼손된 채 요양병원 인증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이런 지표들이 전체 인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당직의료인 규정이다.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 직후 당해병원이 인증을 통과하였고 심평원에서 시행하는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은 병원이라는 것이 도마에 올라 인증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복지부는 해당병원의 불법성을 찾던 중 당직의료인 규정을 어겼음을 지적하였다. 일부 시민단체는 법적기준을 충족하면 ‘상’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중’ 또는 ‘하’를 받게 되는 인증기준을 놓고 ‘상’을 받지 못하는 병원은 행정명령을 내릴 것과 인증을 주지 말 것을 주문했다.
복지부도 이에 응하여 ‘하’를 받은 병원은 행정명령을 내릴 것임을 시사하였고 인증원에 요청하여 ‘중’과 ‘하’를 맞은 병원은 인증심의조차 받지 못하게 하여 인증심의조차 하지 않겠다하여 요양병원계의 심한 반발이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한 300여개병원 중 10%정도만이 ‘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병원들은 대부분 행위별 수가를 인정받는 전문재활을 위주로 하는 대형병원으로 경영상 여유가 있는 병원이다. 하지만 향후 중소 규모의 요양병원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시행령 제18조(당직의료인)
①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 수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은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
요양병원의 의료인, 당직의료인 인원수
의료인의 정원
(의료법시행규칙 제38조 별표 5)
당직 의료인
(의료법 시행령 제 18조)
의사
간호사
당직의사
당직간호사
병 원
환자 : 의사
20 : 1
환자 : 간호사
2.5 : 1
환자 : 의사
200 : 1
환자 : 간호사
200 : 2
정신병원
환자 : 의사
40 : 1
환자 : 간호사
6 : 1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
요양병원
환자 : 의사
40 : 1
환자 : 간호사
6 : 1
환자 : 의사
200 : 1
환자 : 간호사
200 : 2
요양병원협회에서는 요양병원은 노인성,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으로 급성기병원과 같이 중증환자나 생체징후가 불안정한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 아니므로 의료법상의 분류체계에 비추어 의료법 시행령 제 18조 2항의 ‘정신병원, 재활병원, 결핵병원 등’에 요양병원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동 조항에 따라 요양병원 역시 당직의료인수를 해당병원의 자체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중간단계인 ‘중’항목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기준제정 시 기준조정위원회에서 받아들여 ‘상’,‘중’,‘하’로 평가를 하고 있다. 10%미만이 충족할 수 있는 규정을 현실화 해달라는 협회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중’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의료인 수가 인증기준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인 특히 간호인력이 절대 부족함으로 종합병원의 경우 47.5%가 5등급(4.0:1~4:5:1) 이하(출처 :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머물고 있으며, 중소병원의 경우 의료법 충족기준인 간호등급 1등급에 해당되는 2.5:1 미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에 2006년부터 의료기관의 간호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을 수가에서 보상하는 간호등급가산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6등급인 6:1도 맞추기 어려워 5% 감산을 받는 병원이 전체의 80.1%(출처 :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병원이 의료법을 어기고 있지만 인증을 주고 있고 법을 준수하도록 등급제를 만들어 차등 지급을 하는 것이다. 각종 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법을 요양병원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유휴 간호사가 10만명에 육박하지만 현실성 없는 수가로 인해 채용할 수도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의료인력 기준은 다른 종별 병원의 인증기준과 같이 삭제되어야한다. 요양병원 인증기준에만 포함된 의료인력 기준 때문에 전체 인증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5. 문항상 문제점
본인은 기준조정위원회에 참여하여 문항 개발과정에 참여를 하였고 시범조사에 조사위원, 현재 자원조사위원, 심의위원으로도 인증에 참여를 하고 있다. 참조할 만한 기준으로 기존의 의료기관평가 기준과 JCI 인증과 상당히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상급종합병원의 인증 기준이 문항 수만 줄어 그대로 적용된 것이 많다.
대학병원보다 항목의 수는 줄었으나, 이는 수술방, 응급실 등이 없어서 줄어든 것이지 다른 문항은 그대로여서 대학생이 풀 문제를 수만 줄여 초∙ 중등학생이 풀고 있는 형태이다.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언뜻 보면 어느 것 하나 뺄 문항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많이 만들면 병원이 훌륭해질 것 같이 보인다. 마치 여행갈 때 짐 꾸리는 것과 비슷하다. 집에 있는 익숙해 있는 모든 것이 다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을 누가 가지고 가나? 어떻게 작은 배낭에 가장 꼭 필요한 것을 채우나?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요양병원이라는 배낭의 용량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채우다보면 정작 꼭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없다.
인증기준 중에 필수 항목으로 환자확인을 보는 항목이 있다. 매일 수천 명의 외래환자가 오고 가고 각 환자에게 하루에도 수많은 검사가 이루어지고 시시각각 다른 치료를 여러 의료인들이 담당을 한다. 몇 백 명 단위로 입, 퇴원을 반복하는 상급종합병원에는 동명이인 뿐 아니라 유사 이름들이 많아 철저한 환자 확인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0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의 경우 월 20여명 미만의 환자가 입원을 하여 하루에 한명 미만이 입원하며 외래환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수개월이상 같은 병동에 입원하며 동일한 환자에게 병동의 익숙한 직원들이 치료와 투약을 반복 투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인증에서 원하는 것은 팔찌를 채우고 매번 치료시, 투약시마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환자확인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의 가중치가 각 기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보다 환자확인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손 씻기의 경우도 법적으로 전염성 질환을 입원시킬 수 없는 요양병원에서의 감염관리의 중요도가 다제 내성 환자가 수두룩한 상급종합병원의 그것과 동일하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증을 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에 부족한 인력과 행정력, 시간, 예산을 쏟다보니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 질이 향상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요양병원에 정작 중요한 일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장성요양병원 방화사건도 인증을 받은 병원이지만 30여명의 환자를 간병인 없이 간호조무사 1인이 관리하다가 침상에 있어야 할 환자가 방화할 때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정작 불이 나자 인증과정에서 배운 대로 소화기로 초기 진압을 하다가 순직을 하였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인증을 받은 병원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해 당직 의료인이 부족했던 것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요양병원협회는 당직의료인 한명이 더 있어서 예방이 되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요양 병원 입원환자의 특성상 환자가 34명이면 5명 가량의 간병인이 배치되어야 원활하게 운영이 될 터인데 한명도 없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요양병원에는 어떤 기준 보다도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가장 환자와 밀접히 지내는 간병인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다. 노인복지법에 간병비를 법적으로 지급하게 되어있지만 정부는 규제정책으로 지급을 하지 않다보니 급기야 간병인 없이 운영하는 병원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보니 필수 서비스임에도 임의비급여로 남아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 각종 법에 저촉이 되며 운영이 되고 있다.
화재안전 뿐 아니라 요양병원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손씻기, 낙상예방, 욕창관리, 당직의료인이 아니라 잘 훈련받은 간병인력의 양과 질인 것이다. 정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구상중이만 요양병원은 그나마 시범사업에도 제외 되어있다. 과도한 규제는 요양 병원이 갖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갖고 규제를 충족하거나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인력운영의 파행을 초래함으로 오히려 질을 악화시키고 안전에도 위해를 줄 수 있다.
6. 인증 관련 인센티브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자 심평원에서는 '요양병원 입원 진료 적정성 평가'를 2009년부터 시행하여 인력현황, 의료시설, 안전시설, 기타 진료시설 및 필요인력, 의료장비에 대한 기관별 보유 수준을 평가하고,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 지표를 선정해 1~5등급까지 등급을 매겨 평가한다.
그러나 인센티브가 없을 뿐 아니라 전체 하위 20%에 해당하는 병원들에게 개선을 위한 어떤 지원도 없이 그저 페널티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포항 요양원 화재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요양원에 스프링클러 시설을 지원하여 현재 모든 요양시설은 스프링클러를 갖추고 있다.
반면 지속적인 규제정책 일환이었던 정부는 요양병원에는 페널티만 주었을 뿐 인센티브나 지원을 해준 적이 없다. 그저 요양병원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즉, 소방시설과 같은 세부적인 안전규정을 갖출 수 없는 상태, 간병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의 특수성은 무시된 채 위험한 상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인증이 시작된 것이다.
시민단체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인력, 응급 상황이나 소화 장비, 대피시설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무슨 예산을 갖고 하나? 과연 현재 요양원만도 못한 의료 수가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급성기병원의 입원료 80%에서 시작한 요양병원에게 급성기병원과 같은 당직의료인 기준을 갖추기를 바라는가? 국민들은 안전을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 할 수 있는가? 지난 5월 방화사건이 일어난 요양병원도 이미 심평원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1등급과 인증원 평가를 모두 통과한 병원이다.
인증제도와 적정성 평가로 방화를 막을 수 있는가? 요양병원협회는 그동안 적정성 평가가 질 평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에 매우 불안정한 도구이며 인증을 받기에 올인하면 오히려 의료의 질과 안전이 위험 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요양병원협회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자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인증을 위한 최소한 간호과장을 간호등급에 포함하는 등 질관리 인력을 간호인력으로 산정하여 간호등급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센티브를 주기위해 인증 1등급, 2등급 등으로 인증을 세분화해 병원을 서열화하여 무한경쟁을 하게하는 안과 불안정한 적정성 평가와의 연계방안은 많은 혼란과 진료왜곡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수가로 보상하는 형태의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으나 요양병원에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 해결할 점이 매우 많은 인증여부를 기준으로 수가에 연계시키는 것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 또한 왜곡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인센티브를 받기위해 수많은 서류를 내야하고 과도한 행정력이 소모되고 갖은 감시가 뒤따를 것을 우려해 아예 인센티브 받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7. 요약
장성병원 방화사건과 저질병원이 난무하게 된 원인으로 노령화속도 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노인의료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도 전에 질 관리를 한다고 정교하지 못한 섣부른 규제, 언론을 의식한 땜질식 감독기관에 의한 재난 관리 대책이 그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병원 같이 제대로 성장할 만한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는데도 순기능을 살릴 정책은 나온바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인증은 자율인증이 원칙이다. 의무인증을 함으로 억지로 준비를 해야 하니 각종 파행이 나오는 것이다. 인증의 본래 취지대로 자율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행 인증기준은 요양병원에 맞지 않은 옷이다. 1주기에서는 병원 인증이 무엇인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기에도 벅차고 준비하기도 바빴다.
1주기에 적용한 항목 중 상급종합병원에나 어울리는 항목은 대거 삭제하고 사무장병원, 비리병원, 덤핑, 환자 유인행위를 색출하고, 간병제도를 확립하고 질을 도모하는 것이 순서이다. 요양병원에 걸맞게 환자 안전에 맞는 아주 필수적인 것만 적절히 반영하여 행정력을 소모하여 오히려 의료의 질과 안전을 위해하는 일을 지양하고 저질 요양병원을 거를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한다. 현실에 맞는 기준의 개발, 실질적으로 질 향상과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