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수도권 팬데믹은 현실로 다가왔다
. 매일 수 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졌고
,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부분적
3단계가 발령됐다
. 대구
‧경북이 그랬듯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화두로 부상했다
. 3월 경험을 살려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됐다
. 중증환자는 병원에 경증환자는 센터에 구분
, 수용하는 시스템이 재가동됐다
. 하지만
5개월 전과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민간병원들의 움직임이 전무한 상황이다
. 서울 소재 공공병원들은 이미 코로나
19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생활치료센터까지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 결국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이 나섰다
. 지난
3월 문경에 이어 두 번째 생활치료센터 운영이었다
. 이번에는 아예 건강증진센터 문을 잠그고
, 소속 의료진이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 서울 노원구 한국전력 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에서 만난 권혁태 의료지원단장
(가정의학과
)은 본원과 센터를 오가는 격무에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
서울대병원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노원 생활치료센터 오픈은 긴박했다. 수도권에서 확진자들이 속출하면서 경증환자를 수용할 치료센터 필요성이 제기됐고, 과거 경험이 있는 서울대병원이 낙점됐다.
서울대병원은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건강증진센터 권혁태 센터장을 위시한 의료진과 행정직 등 30여명의 지원단을 꾸려 생활치료센터 파견을 명했다.
예방 차원의 건강검진 보다는 당장 촌각을 다투는 코로나19 환자 치료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건강증진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익률도 과감히 포기한 셈이다.
권혁태 단장이 병원으로부터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게 목요일(20일) 오후.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준비작업에 나섰고, 하루 만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토요일(2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입소와 동시에 대부분의 병상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124병상 규모의 노원 생활치료센터에는 현재 112병상이 운영 중이다.
의료진은 매일 화상을 통해 진료를 시행해 꼼꼼히 환자 상태를 살핀다. 필요시 서울대병원 본원과 연계해 감염내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지원도 받는다.
문진, 검사, 응급 이송체계 등 환자의 진료 흐름 특성에 맞춘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입소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중 6~7명이 고위험군으로 판단돼 전담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정부 투쟁 상황에도 코로나 진료현장 지키는 전공의들
권혁태 단장을 비롯한 지원인력 대부분은 건강증진센터에서 손발을 맞추던 직원들이다. 평소 전염병과는 전혀 무관한 업무를 수행해온 탓에 우려도 적잖았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보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다. 해서 준비 첫 날부터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효율적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생활진료센터인 만큼 근무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다. 의사 1명 당 하루 40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에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하는 파업 물결이 휘몰아 치고 있었던 탓에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다행히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권혁태 센터장에게 2주 동안의 근무표를 제시하며 생활치료센터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권혁태 단장은 “근무표를 전해 받고 눈물이 핑 돌았다”며 “투쟁을 격려하고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코로나19 의료현장을 지키려는 후배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이어 “더 마음이 아픈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공의들이 이렇게 국민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마치 환자를 볼모로 투쟁을 한다는 세간의 왜곡된 시선들”이라고 가슴을 쳤다.
입소자 비협조 사례 빈번하고 민간병원 미참여 아쉬움
그는 짧은기간 동안이나마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고충과 아쉬움도 가감없이 전했다.
가장 힘든 점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격무도 아닌 ‘입소자들의 비협조’라고 털어놨다.
경증환자들이 머무는 생활치료센터인 만큼 매일 환자 상태를 확인해 중증환자를 가려내야 하지만 체온, 혈압 체크 등 기본적인 생활수칙 조차 거부하는 환자들 탓에 어려움이 적잖다.
권혁태 단장은 “얼마 전에는 기본적인 수칙을 거부하던 환자가 갑작스레 자가호흡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서야 의료진에 도움을 요청했고, 급하게 이송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터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며 “의료진의 생활지침을 어기고 막무가내로 퇴소을 요청하는 환자들을 상대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민간병원들의 미참여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사태 당시에는 사립대병원들의 자발적 참여 행렬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혁태 단장은 “당시 정부가 민간병원들의 참여에 대해 지나치게 당연시 여긴 탓”이라며 “그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졌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학습효과로 봐야 한다”며 “보상을 바랬던 행보는 아니었겠지만 그 희생과 헌신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명을 유지해 나간다는 각오다.
권 단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만큼 작금의 감염병 상황과 맞닥뜨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역할론을 떠나 코로나19 극복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도 언제까지 의사들의 희생만 바라지 말고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