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로 몰리는 비통함 외쳐댄 산부인과 의사들
29일 궐기대회, '분만 중 태아사망' 판결 규탄···'소신진료 보장-중재원 해체'
2017.04.29 21:15 댓글쓰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형사입건 웬말인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고 의사들의 소신진료 보장하라."
 

"전과자를 양산하는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의료분쟁중재원을 해체하라!"


분노한 전국 산부인과 의사들이 29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 집결했다. 주최 측인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추산으로 10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최근 인천지방법원이 자궁 내 태아사망 사건에 대해 8개월 금고형 판결을 내린 것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해당 사건의 의사는 20시간의 분만과정 중 산모가 힘들어해 1시간 30분 동안 태아 모니터링 장치를 빼줬는데 그 사이 태아가 사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사건은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 주장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이번 판결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에 대해 의사를 마치 살인범으로 낙인 찍어 교도소에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회장은 "잘못된 판결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들이 과도한 배상과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인해 병원을 폐쇄하며 전과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국가가 뇌성마비를 책임지지만 우리나라는 원인불명인 뇌성마비를 수억원 배상 판결하고 불가항력적 사고조차 산부인과 의사가 일부 부담토록 하고 있다"면서 "원인도 모르는 사고를 밤을 새워가며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왜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석 회장은 "뇌성마비 등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더 이상 의사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당장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그 문제점을 묵인한 채 졸속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경기지회장 역시 "최근 의료분쟁 사건에서 10억, 12억, 16억 배상판결이 잇따르고 있는데, 의사가 생업상 일을 하다가 거액을 개인적으로 배상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금을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날 결의문을 채택하고 비정상적인 의료 현실을 바로잡고 소신진료 환경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사 전과자 양산에 대해 의사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입건을 자제하는 의료사고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며 "밤새우고 파산하는 10억 배상판결, 과도한 의료분쟁 배상금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의사들은 이어 "구속사태를 초래한 의료분쟁중재원의 형사과실 감정을 즉각 중단하고, 증거 수집 절차와 형사 고소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원을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산부인과 의사들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전국 시도의사회장협의회,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 각 시도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임수흠 대의원회의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 각과 의사회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등 의료계 대표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전국 의사 서명을 받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책반을 구성해 항소심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임수흠 의장도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대한민국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력 규탄한다.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고 제대로 된 진료환경를 찾기 위해 투쟁하자"며 "우리 분노와 절규가 국민과 정부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개협 노만희 회장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사퇴할 때까지 모든 중재절차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의사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달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각 당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13만 의사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국민의당 김상화 의원은 "우리 당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 지원을 통해 분만 취약지 해소를 약속했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가 배상금을 전액 책임지기로 했다"며 "분만 시 의사가 환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태아에겐 너무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의사에 대한 8개월 금고 판결과 유사한 일이 앞으로 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과를 막론하고 일어날 것 같다"며 "앞으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분만 담당 의사를 더 우대하고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방향이 거꾸로 가고있다"며 "앞으로 의사여러분들이 소신을 지키고 오직 환자만 볼 수 있는 의료환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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