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집단휴진…시민단체·노조·환자 공분
경북의대 교수 40명도 참여···"교수 없이 정상가동 불가, 진료현장 극도 혼란 예상"
2024.06.17 05:04 댓글쓰기

오늘(17일) 서울대병원 교수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및 18일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빅5병원 등 대학병원 교수 집단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시민단체, 병원 노조, 환자단체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대병원 노조를 중심으로 이뤄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4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이미 혼란을 겪고 있고, 병동별 조사를 해보니 어린이병원과 암병원 휴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13개 국립대병원협회장인 서울대병원장은 몇 개월 동안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회의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은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상황을 전했다. 


그는 "18일 경북대병원 5개과 10명 교수가 집단휴진에 동참하고 칠곡경북대병원은 5~6개과 30여명이 동참한다"며 "병원 측은 진료를 유지한다고 하면서 교수들은 휴진한다고 하니 현장은 어떻게 환자들에게 전달해야할 지 혼선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우리는 의사 욕받이 아니다. 변경 업무 거부"


의사 외 보건의료직역으로 구성되고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노조 중심인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의사들의 욕받이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의사 집단휴진 예고로 병원에서는 진료과마다 무더기 진료 변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병원노동자들은 진료일을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연기 및 예약 취소를 안내하고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집단휴진에 반대하는 병원노동자들은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변경 업무에 협조할 수 없다"면서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는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다면 노조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면서 원치 않는 무급휴가와 휴직, 임금 삭감, 의사 업무 전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위기를 겪은 병원노동자들이 또 다시 의사 집단휴진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 갈등으로 발생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은 의사 집단휴진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진료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의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환자들만 참담"


같은 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의협 등 의사들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를 선동하고 있는 의협이 문제"라며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막말을 지속하고 있는 의협 회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일침해다.  


이어 "전공의들이 떠난 가운데 환자 곁을 지킨 이들이 이제 못 견디겠다며 떠나는 모습은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간 정부에 대책 마련을 적극 요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무기한 휴진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참여연대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의사들 집단휴진은 결코 시민의 공감과 동의를 받기 어려우며, 시민의 목숨과 안전을 내팽개치고 기득권 지키기를 계속하고 있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철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은 집단휴진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진료를 정상화하고,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방안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갈등으로 지금까지 고통받아온 환자단체 측도 참담한 심정을 토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단체는 "환자들에게 2024년은 고통 그 자체"라며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 사태가 6월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환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비대위의 전면 휴진 발표는 지금까지 남아있던 의사들을 생각하며 참아온 환자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면서 "이제 좋은 의사는 커녕 그냥 의사도 볼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비관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대표 공공병원이면서 어떻게 무기한 휴진을 선포하고 이 피해를 중증·희귀질환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대병원 비대위가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진료를 미뤄주기를 부탁한다"고 한 데 대해 단체는 "이것이 국민들과 환자들에게 할 말인가. 부탁은 제자이자 후배인 전공의들에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단체는 "정부도 의료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병원에 남아 계속 고통받아야 한는 건 환자들"이라며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의협은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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