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홍윤철 공공의료사업단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1차 의료기관 역할론에 우려를 전했다. 현재 상태로는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더라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공공보건의료 질적 향상과 전문인력 육성, 네트워크 구축을 지향하는 공공의료사업단과는 조금은 생뚱한 영역이지만 그의 소신은 분명했다.

 

‘의료’라는 분야는 공공성을 전제로 하는 만큼 별도의 공공의료를 논하기 보다 전체적인 틀에서 건전한 의료체계를 수립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국내 의료체계의 가장 고질적이면서도 심각한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입니다. 1차 의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실제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실시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은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홍윤철 단장은 “현재 1차 의료기관들은 검사장비 부족, 상급종합병원과의 경쟁력 부족, 지역 주민의 신뢰도 저하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주민이 1차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대도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개원가 역량 강화되도록 최선 다하겠다”
인공지능(AI) 등 활용 상급종병과 동네의원 간 '플랫폼 의료' 활성화 모색 

 

홍윤철 단장은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1차 의료기관 역량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상급종합병원과 개원가의 환자 의뢰 및 회송,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면서 진료가이드라인 등을 공유, 상생을 모색하는 그림이다.

 

이름하여 ‘플랫폼 의료’다. 인공지능(AI) 진단 알고리즘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시스템 및 치료가이드라인을 공유함으로써 1차 의료기관 진료 질을 개선하고 의료 격차를 줄여나가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과의 긴밀한 협조, 미래지향적 보건의료 환경 구축이 모두 뒷받침돼야 합니다.”

 

홍윤철 단장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 무의촌이나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 등 단편적인 공공보건의료 사업을 넘어 들을 의료 협력체계 확충, 공공의료 인력 양성, 국제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가 주장한 1차 의료기관 역량 강화론 역시 건전한 국내 의료체계 확립과 맞닿아 있다.

 

그는 “올해는 대표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년생들이 노령인구인 65세에 진입하고,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증가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차 의료기관 역량 강화가 중요하고,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그 선봉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