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CCTV 등 의사 겨눴던 21대 국회
이달 말 폐막, 제22대 개막···의료계 옥죄기·살리기 등 법안마다 '희비'
2024.05.27 18:04 댓글쓰기

[기획①] 지난 2020년 5월 30일 닻을 올린 21대 국회 회기 내내 의료계는 대리수술, 진료 중 성범죄,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과부하 및 의료대란, 직역갈등, 의정갈등, 전공의 집단사직 등 다양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그간 의사 등 특정 의료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안, 의료계가 극렬하게 반대했던 법안, 의료기관에 행정적 부담을 지우는 법안 등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2024년 5월 30일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또 한번 거대 야당으로서 승기를 잡았다. 데일리메디는 곧 막을 내릴 21대 국회의 주요 보건의료 관련 법안들, 아직 처리하지 못해 과제로 남은 법안들, 의사 등 보건의료 직역이 다수 입성한 22대 국회에서는 어떤 법안을 우선적으로 다룰지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의료인 개개인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21대 국회 전반기 입법 과정을 밟아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반기에 다수 통과했다. 


대리수술·성범죄 등 논란···모든 범죄 금고형 이상 '면허 취소'  


2023년 11월부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범죄 구분 없이 면허가 취소되는 일명 ‘의료인면허취소법’이 시행됐다.


이는 기존 ‘의료법 위반’ 범죄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교통사고로 금고형을 받아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시발점은 사회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리수술 및 성범죄 논란이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 전문직은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자격을 잃도록 하지만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사회적 공감대로 자리잡았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에 전문직 5569명 중 의사가 602명(10.8%)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도 입법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이에 의료인의 일탈을 막는다는 취지로 2020년 9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2021년 2월 같은 당 고영인 의원도 개정안을 내놨다.


2021년 2월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대안을 가결시켰다.  


의료계 반발은 거셌다. 의사들은 “2020년 투쟁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고, 한의사들은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 규제”라며 반발했다. 


2021년 2월부터 해당 법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3년 간 계류됐다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간호법’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했다.


국회법상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회부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간호법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재의에 실패해 폐기됐지만 의료인면허취소법은 2023년 4월 13일 끝내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진 감시’···CCTV로 수술실 녹화 세계 최초 시행  


사진출처 연합뉴스 

일부 의사들의 일탈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이어졌고, 필수의료 의사들은 한 번 더 자괴감에 빠져야 했다. 2023년 9월 25일부터 우리나라에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장면을 촬영하는 게 골자다. 


다만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도 포함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법안을 정상적으로 시행했다. 


법 시행 후에도 특히 수술이 일상인 외과계를 중심으로 의료계 반감은 컸다.


2023년 10월 대한외과의사회가 시행한 의대생과 의사 회원 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CCTV로 녹화되는 수술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7%(195명)이 ‘없다’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 임지연 의료정책연구원이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수술실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 및 필수의료 붕괴에 관한 의사들 인식’ 연구에서도 의사들의 반감을 확인할 수 있다. 


1267명 의사 중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 찬성 여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93.2%가 ‘아니오’라고 답했고, 수술의사는 94.0%, 비수술의사는 91.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이유(복수응답 2개)로는 전체 응답자 중 55.4%가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를 꼽았다. 


격무 시달리는 전공의, 수련시간 또 단축 


수련생이자 근로자로서 격무에 시달려온 전공의들의 연속근무 시간도 21대 국회 성과로 한층 더 줄어들게 됐다. 


2017년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법정 근무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36시간 ▲응급상황 시 40시간 등으로 제한됐는데, 이를 각각 현행보다 더 줄이는 게 골자다.


7년 만인 2024년 2월 1일 본회의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 개정안’이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수련시간을 현행보다 줄이되 구체적인 시간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필수의료 과목을 대상으로 행정·재정 지원을 우선 실시하는 게 해당 개정안의 골자다.


또 수련규칙 표준안 항목에 응급실 뿐 아니라 중환자실 연속 수련시간 상한도 마련해야 한다.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연속수련 시간을 24시간, 응급상황 시 30시간으로 제한하고 수련규칙 표준안에 중환자실 연속수련 상한을 포함하는 게 핵심이었다.


같은 당 재활학 박사 최혜영 의원 개정안은 주 68시간, 연속 24시간, 응급상황 시 36시간으로 제한코자 했다. 


두 법안 모두 전공의들에게는 환영을 받았지만 병원계와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2017년 전공의법 시행 이후 교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더 줄이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었다. 


“병원급 의료기관 근무의사 25%가 전공의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사 확충 등 실질적 대책 없이 시행한다면 막대한 진료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정부와 대한병원협회 측 의견이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2024년 5월 현재 정부는 ‘전공의 연속  근무 단축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전국 218개 수련병원·기관 중 희망하는 병원을 공모 중이다. 


사업 참여 병원은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 이내에서 24~30시간 범위로 단축해 운영하게 된다. 전공의 근무 형태와 스케줄 조정, 추가 인력 투입 등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가 전액 보상 


억대 소송에 휘말리고 기소되는 등 민·형사책임을 져야 했던 산부인과 의사들도 지난 국회 회기에 한층 숨통을 틔우게 됐다.


‘무과실 분만 국가배상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 2023년 6월 국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사고에 대해 100% 부담하는 게 골자다. 


산부인과계가 수 십년간 요구해왔지만 국가가 전액을 보전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반대에 가로막혀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저출생 문제에 공감하며 찬성으로 돌아섰다. “저출생 문제는 중요한 국정 과제로, 열악한 분만환경을 고려할 때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회의 통과 후 의료계는 “필수의료 회생 토대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보상 측면에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이지만, 향후 의료인 소송 및 형사처벌·면제의 법제화 토대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계속 목말라 있다. 


한편,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인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덜어주는 흐름에 대해 환자들은 불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은 의료과실과 의료사고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의료분쟁에서 절대적 약자”라고 주장 중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을 포함해 환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법안이 의료기관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에 관련 법안이 다수 통과하며 의료기관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파장···의료기관이 출생 통보 


2023년 6월 ‘출생통보제’가 통과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과 출생통보제법, 임종실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등이 가결됐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은 환자가 요청하면 병의원과 약국은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토록 하는 게 골자다.


병원계에는 올해 10월부로 시행되나, 의원급과 약국에는 유예기간 2년을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해당 법안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의료기관의 업무 부담을 늘리고,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며 의료민영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이유였다.


특히 의료계는 “간소화라고 해도 사실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 가입자인 국민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거절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본회의 통과 후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의약계와 시민단체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금융위원회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충분한 논의없이 통과된 희대의 사태”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또 “전담인력·자료 전송 등 지속 발생 비용 지원을 구체화하고 의료기관의 직접전송 또는 대행기관 전송 등의 선택지를 마련하라. 환자 민원 방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호출산제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신부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고,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보호출산제는 먼저 통과한 출생통보제 취지와 상충한다는 지적에 부딪혔다. “익명 출산으로 아동 유기가 증가할 수 있고, 장애 임신부 및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야당에서 나왔다. 


이 밖에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개설자 준수사항에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임종실 설치’를 포함토록 하는 내용이다. 


#극심한 직역갈등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법안도 있었다. 역대급 갈등을 초래했던 간호법은 본회의 통과 후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됐지만,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법과 보건소장 임용범위 확대법은 국회를 통과해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직역갈등 법안 수두룩···한방 난임치료·보건소장 범위 확대


한의약 난임치료 시술비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2024년 1월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서영석, 김영배, 김영주 의원이 각각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통합, 조정해 복지위가 마련한 대안이다. 


난임 극복 지원을 위해 한의약 난임치료비 지원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한의약 난임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한다. 


한의계는 “인공수정, 체외수정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한방 난임치료는 지자체 지원에 국한돼 있다”며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한 보조생식술과 한의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 등 의료계는 “한방 난임치료는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바른의료연구소도 “지방자치단체가 한방 난임치료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국회가 막기는커녕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혈세를 낭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보건소장직 기회도 의사 외 다른 보건의료 직군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보건법 일부개정안’이 통과 보건소장직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고 이후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약사 등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원안은 “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지식을 가진 이도 우선 임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대안에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 중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라는 전제가 추가됐다. 


의료계는 “보건소장에 의사가 우선 고려되는 것 같아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가 배제되는 경우가 잦다”며 반발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해당 법안 통과 후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非 의사를 보건소장에 임용할 경우 위기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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