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0명 경찰 고발 역풍···극한 반발 의대 교수들
수술 거부·사직서 제출 등 초강경···서울 주요 대학병원 확산되면 '의료 마비'
2020.09.01 05:1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집단휴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을 이유로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한 가운데 이들 전공의가 속한 진료과와 병원 교수들은 강경대응에 나섰다.
 

일부 병원은 진료과 단위로 사직서 결의를 논의 중이거나 외래진료를 축소했으며, 해당 전공의가 속한 진료과의 봉직의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9일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상계백병원 외과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삼성서울병원 외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한양대병원 내과 소속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내과, 서울대병원서 교수 첫 집단휴진 선언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들은 가장 먼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8월27일 회의를 열고 31일부터 집단휴진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9개 세부 진료과에서 일하는 100명 가량의 교수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대병원 내과 외래 전면중단’ 위기가 불거졌다.
 

이후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들은 회의를 통해 내과 외래진료·시술을 축소하고 최소한의 입원환자 진료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극단적인 사태까지 치닫진 않았지만 서울대병원 산하 3개 병원 전공의 94%와 전임의 88%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의료원 차원에서 여진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들의 집단행동 선언은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의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그동안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던 교수들 집단행동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집단휴진에 동참한 서울대병원 전임의는 “국립대병원으로서 가지는 상징성이 있고, 내과 자체가 규모가 있는 상황에 힘입어 신념을 가진 교수들이 먼저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 주요 대형병원 교수회는 "제자(전공의)가 불이익을 받을시 강경대응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마찬가지로 내과 전공의가 고발된 한양대병원 교수회는 성명서를 통해 “해당 전공의는 응급환자 진료 과정에서 확진자에 노출돼 자가격리 후 복귀하자마자 고발당한 상태”라고 주장하며 “의대 정원 확대 철회 등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봉직의·지역전문의 집단행동 돌입
 

응급의학과 또한 직책을 가리지 않고 강경행동에 뛰어들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서 나아가 가장 먼저 사직서 투쟁에 나섰으며,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는 진료과별 봉직의 단체 중 처음으로 진료중단을 예고했다.
 

정부가 고발한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오는 9월 7일부터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는 “필수업무를 제외한 응급실 업무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단체행동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밝혔다.
 

지역전문의들도 입장 표명에 나섰다.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는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취약지역 응급의료는 많은 의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을 감안하면 재고돼야할 정책"이라며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중지하고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길 촉구한다"는 성명을 통해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정책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응급의학과 교수들 차원의 반발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소속 교수는 “각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개인적인 감정 표현 수준이지만 강경행동에 대한 의견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경우 현재 인턴과 전공의 없이 응급의료센터 응급진료에 임하느라 빠르게 지쳐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과계, ‘비인기과’ 탄압 분개...민간병원 교수회 차원 움직임

외과계 교수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비인기과’로 꼽히는 이들 진료과인 만큼 결속력도 탄탄하고 전공의들에 대한 교수들의 애정도 남다르다는 것이 의료계측 정서다.
 

우선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일동은 9월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이날(31일) 밝혔다. 응급환자, 중환자, 입원환자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다.
 

서울성모병원 외과는 "우리 의국 교수들이 전공의와 전임의의 행동을 지지하고 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 번째 단체행동"이라며 "향후 정부의 반응과 파업 지속 여부에 따라 지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속 전공의가 고발된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들도 8월31일 교수진 일동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주치의와 담당의가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업무분담이 돼 있지 않은 4년차 전공의에게 갑작스레 근무 명령을 내렸다”며 “전날 새벽수술에 참여한 이 전공의는 근무시간 제한에 따라 법적인 근무 의무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병원 소속 전공의가 고발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들 역시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이라는 제목의 글이 유출되며 집단 사직서 제출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소속 교수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교수회의에서 논의키로 한 내용이며 추후 공식적인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통 수술이 많은 외과계는 전공의 혹은 전임의 부재로 교수들이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이라며 “집단행동에 대해 주로 각 병원 진료과별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가 행정처분 대상이 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제자 중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사직을 포함한 모든 단체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소속 전공의가 경찰 고발된 길병원과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성심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은 각 의과대학 교수회 차원에서 성명을 내며 ‘실질적인 행정처분이 이뤄졌을 때는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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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yt 09.01 15:39
    공공의대 게이트를 밝혀라.

    공공의대 부지도 다 샀고, 추천받아 의대입학한 고위직 자녀들 명단도 다 만들고,

    청책철회하면 모양빨이 빠지겠지. 그래도 정권은 지켜야지.
  • 제자가 09.01 10:49
    바른길로 가고 있으니 말리지 않는 겁니다.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선배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09.01 11:02
    공감 공감합니다
  • 111 09.01 09:26
    제자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그걸 말려야지 뒤에서 더 부추기면 어떻게 돌아오란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