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전공의 파업 이후 우리 병원 응급실은 네댓명이 팀을 구성해 일하던 체제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 타과 전문의 1명이 전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응급실을 걸어올 수 있는 환자는 2차 병원으로, 응급환자만 선별해 진료를 보고 있다."
26일 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이 같은 응급실 상황을 전했다.
이 병원은 통상 인턴 2명, 레지던트 2명, 전문의 1명이 한 팀을 이뤄 100~200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해왔다.
그러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이슈가 터지면서 지난 14일 전국 의사 1차 총파업 이후 12일만에 2차 총파업이 강행되면서 전공의가 모두 빠진 응급실을 전문의 2명이 커버하고 있다.
A교수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술기나 설명부터 기관 삽관과 같은 어려운 시술까지 연차별로 전공의들이 나눠 맡고, 전문의들은 이 모든 일을 감독하고 모니터링하며 응급실 전체 상황을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대다수 인턴과 레지던트가 업무를 중단하면서 전문의들이 이 모든 일을 맡고 있다. 법과 정책을 통해 지방 발전을 강제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성공하기 어려우며, 소수가 이 같이 많은 응급실 업무를 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응급실을 전문의 1명과 타과 전문의 1명 그리고 간호사들이 커버하며, 환자를 위험도에 따라 선별해 진료하고 있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B교수는 "지난 14일 데이 타임에는 혼자서 간호사들과 응급실에 온 환자를 커버한 적도 있다"며 "오늘은 필수 인력으로 배치된 전공의 1명과 응급환자를 봤는데, 가급적 정부가 몽니를 부리지 않고 의료계의 주장에 귀 기울여줘 대치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수술실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응급수술을 제외한 나머지 수술 일정 대부분이 연기됐다.
빅5병원 상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존 대비 30~40% 정도 수술이 미뤄졌고, 삼성서울병원도 34% 축소됐다. 서울대병원도 파업 이전과 비교하면 30~40%가량 수술 건수가 줄었다.
이에 따라 환자단체로 항암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치료 일정이 미뤄지면서 관련 민원이 계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다음 주 빅5병원 중 한 곳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던 위암 2기 환자 C씨는 병원의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에 당황해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환연 관계자는 "수술 일정에 맞춰 직장에 휴가도 신청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고 언제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기약이 없다고 불안해 했다"며 "암세포가 전이될까 불안한 상황이지만 다른 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대안이 없어 걱정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예방적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D씨도 병원에서 전공의 파업으로 다음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아 민원을 제기했다.
환연 측은 "D씨는 지금까지 항암치료를 두 번 받았지만, 병원에서 다음 일정을 언제 잡힐지 알 수 없으며 더 시급한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해 불가피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데, 가급적 원만하게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