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한 보험사들, '병·의원 약점' 집중 공략
경찰·간호사 이어 의사 고용 증가, 불법·합법 모호한 경계 '의료행위' 타깃
2019.12.30 10:5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기획 2]치솟는 손실율을 막기 위해 보험업계는 병원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모습이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이다.

요실금이나 도수치료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 강화가 예전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다양하고 깊숙한 비급여 영역까지 끄집어 내는 모습이다.

각 보험회사들이 운영 중인 보험사기전담조사팀(SIU, Special Investigation Unit)의 구성 변화에서도 의료계 약점 공략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SIU는 1996년 삼성화재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 사정이 어려워 보험사기가 급증하자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도 SIU를 신설했다.

당초 SIU는 전직 경찰관이 주를 이뤘다. 지능범죄수사과, 교통사고조사반, 강력계 출신 경찰들이 수사 경험을 살려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실손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료 분야의 경우 워낙 전문성이 높은 탓에 경찰 출신들도 사실관계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의사들이 전문지식을 동원해 적극 방어하면 보험사기를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보험회사들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을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의료를 잘 아는 의료인을 고용해 대응하려는 보험회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SIU에 간호사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각 보험회사별로 적게는 5명 이하부터 많게는 50명 이상의 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SIU에 배치되거나 보험상품 개발부서 등 실손보험과 연관된 모든 부서에서 활동한다.

지난해에는 금융검찰인 금융감독원의 간호사 채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면서 사실관계 확인부터 조사에 이르기까지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였다.

금감원에 채용된 간호사는 실손보험 분쟁 사실관계 확인, 진료기록부 분석, 의료용어 번역, 의료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병원 아닌 보험사로 출근하는 의사
보험회사들의 의료인 영입은 비단 간호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실손보험 성장과 함께 의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의사는 ‘사의(社醫)’라고 불린다. 보험이 일찍부터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는 사의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하다.

국내 보험회사 중 사의를 가장 먼저 채용한 곳 역시 삼성화재였다. 이후 현대해상을 비롯해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도 사의를 영입했다.

현재 한국생명보험의학회에 소속돼 활동하는 사의는 총 20명이 넘는다. 이들의 전공은 다양하다.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내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전공 불문이다.

이들은 보험가입 인수심사 혹은 상품 개발과 자문, 보험금 심사, 의료법 자문 등 의학지식을 활용한 업무를 담당한다.

사의가 없는 보험회사의 경우 자문의 제도를 두고 있다. 의료와 관련한 자문이 필요할 경우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형식이다.

보험회사의 업무는 크게 계약을 인수하는 언더라이팅, 보험금을 지급하는 클레임(손해사정), 상품을 만드는 개발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사의의 역할은 보험사의 규모나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3개 영역 모두에 관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수나 지급파트에서는 고위험 계약이나 고액지급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적인 심사과정의 업무 효율화 작업에 관여한다.

상품개발에 있어서도 실제 위험률 계산은 보험계리사의 몫이지만 보장하려는 질병에 대한 위험 부담이나 적정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의학적 지식을 갖춘 사의가 개입한다.

사의가 모든 보험청구에 대한 지급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의 검토가 필요한 경우는 분쟁 소지가 있거나 불공정 계약으로 의심되는 고액의 건이다.

한 보험회사 사의는 “의사를 상대하는 의사인 만큼 늘 조심스럽다”며 “보험회사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는 의사가 아닌 공정한 보험계약 수행을 돕는 조력자”라고 피력했다.

불편한 진실 파헤치기
보험회사들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의료인이 아니면 알지 못했던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맘모톰 시술은 물론 난치성 암성통증에 시행되는 페인 스크램블러(Pain scrambler) 등 보다 전문적인 영역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대구, 부산 병원계를 발칵 뒤집었던 간호사 심초음파 관련 압수수색에도 보험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의사 대신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고, 심장내과에서 소노그래퍼가 심초음파 검사를 하는 등 공공연한 의료계의 비밀이 공론화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는 만큼 보이다 보니 의료기관 보험사기 적발 규모도 확연히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1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보험사기 액수의 25.3%를 차지한다.

유형별로는 허위입원 1003억원, 허위장해 476억원, 허위진단 285억원, 허위청구 247억원 등이다. 허위청구는 전년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사무장병원 등이 보험사기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보험회사의 영향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험업계 비급여 공개 요구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실제 복지부는 최근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항목을 현재 340개에서 50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공개 대상을 병원급 이상에서 의원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될 경우 의료계의 비급여 정보가 모두 드러난다. 보험사는 병원마다 다른 비급여 통계자료를 확보해 더 공격적으로 과잉청구를 적발하려 할 게 자명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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