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출구 없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4일 예정된 총파업에 앞서 정부에 5대 요구안을 전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협의체 구성에 동의했을 뿐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비대면 진료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의협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총파업에 경주할 뜻임을 나타냈다.
파업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는 더 이상 없다. 의협 5대 요구안에 대해 정부가 협의체 구성 의사를 밝혔으나, 의협은 이를 “결론이 정해진 대화”로 규정하고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총파업에 전력을 다할 것임을 나타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늘(13일) 오전 11시 대국민 담화를 내놓을 예정이나 지난 7일 전공의 총파업 때도 그렇듯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의료계 총파업 이전 정부와 의료계의 신경전과 함께 필수유지업무(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를 포함한 긴급한 환자의 피해를 예방 하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14일 파업에는 대학병원 전임의(펠로우)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7일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이들이 메웠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겪게 될 피해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또 의협이 14일 1차 파업이 진행되기도 전에 2·3차 파업을 예고했다는 점도 향후 심상찮다.
정부-의협, 업무개시명령 두고 ‘신경전’
의료계 총파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정부와 의협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역 내 의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개시명령’을 발동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의료법 제59조를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했을 때,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 혹은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은 의사들의 총파업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의협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2일 SNS를 통해 “단 하나의 의료기관이라도 14일 업무정지 처분을 당한다면 의협은 회원들 의사면허증을 모두 모아 청와대 앞에서 불태울 것”이라며 “해당 의료기관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간 동안 전체 회원이 진료 등 모든 업무를 정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59조의 위헌여부를 지적함과 동시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자체 단체장 및 보건소장 등에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의료법 59조는 의료인들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악법”이라며 “위법한 행정명령 등을 지시한 시도지사, 시군구 지자체장, 시군구 보건소장 등이 있다면 법률적 검토를 거쳐 형사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빠지는 대학병원들 “파업 참여 인원 파악 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한 전공의들의 파업에도 의료대란이 없었던 이유는 전임의·임상교수·교수 등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인데, 총파업으로 인해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경우 양측 모두 비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전임의들의 총파업 참여 여부가 병원들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다.
지난 8월7일 전공의들 빈자리를 메웠던 전임의들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병원이 겪게 될 곤란함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전임의들은 수술·외래진료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공의 총파업 날에도 수술 일정에일부 차질이 있었다.
단, 전공의 총파업과 마찬가지로 예고된 총파업이 금요일에 이뤄지는 것 등의 요소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의과대학 교수들 또한 14일 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상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번에는 전공의가 파업하고 전임의가 지원했는데, 전임의까지 파업한다고 하면 큰일”이라면서도 “아직 14일 파업 관련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조용하다.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총파업 참가 인원을 파악 중에 있다”며 “아직까지 특이사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의 경우에는 외래진료도 보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 오히려 병동은 정교수·부교수·임상교수 등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금요일은 외래·수술 등이 주중과 비교하면 80% 정도로 적어 그나마 괜찮다. 13일 구체적인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계속해서 진료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14일에도 교수 등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전의교협은 12일 오전 전공의·의대생 등을 지지하는 2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