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이를 위한 노동조합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병원계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데 반해 노조 측은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내용 중 병원들과 노조간 온도차가 가장 극명한 것은 ‘사업장 점거’와 ‘단협 유효기간’에 대한 부분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지금까지 노조들이 주로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거나 병원 건물 중 일부를 점거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병원 파업 풍경이 크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파업은 헌법의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사업장 점거를 못하게 되면 파업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의 경우 환자 통행권은 지키는 선에서 로비에서 파업을 하면서 병원 측에 압박을 가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노동자들을 병원 밖으로 내모는 것으로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에도 주요업무 시설 점거를 금지하는 근거들이 있지만 유명무실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더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현행 노조법 42조 1항에서는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발간한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 매뉴얼’에서는 점거가 정당하지 않은 주요업무시설 예시 중 하나로 병원의 진료대기공간(로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 판결들은 이에 반하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실제 법이 바뀌더라도 과연 병원이 노조를 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까지 하겠느냐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노사간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노조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경총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ILO 협약 비준과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근로조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인력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후생복지 등 논의해야될 것들이 많은데 이것을 3년동안 묵혀놓으라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훼손하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병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단체협약시에 유효기간을 1년으로 명시해 버리기 때문에 상한을 늘려봤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