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응급실·수술실 나온 전공의들 '외침·절규'
파업 등 70% 참여, 정부 일방통행 강력 항의···대정부 '4개 정책' 요구
2020.08.08 06:2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선 전공들의 총파업이 지난 7일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대전협)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의료정책에 반대, 7일 집단 휴진을 강행하며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각 지역에서 야외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각 수련병원 담당자를 통해 집계한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전공의 1만3571명(현원 기준·정원은 1만5304명) 가운데 69.1%에 달하는 9383명이 연가(年暇)를 사용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집회장소였던 여의대로에는 이날 하루 주최측 참석 예상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6000여명의 전공의와 의대학생들이 가득 메워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젊은 의사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시간에 병원을 떠나 이곳에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첫 시작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하나가 돼 영리하고 치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근거 없는 의료정책을 지적하며 정부에 4가지 요청사항을 발표했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보건의료 인력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돼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필요한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 추계도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부족하고, 넘치는지 알 수 없다”며 “아무런 기준도 계획도 소통도 없이 진행되는 정책이 혹시나 힘의 논리로 결정됐기 때문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요구사항은 ▲의대 정원 확충 등 최근 의료정책 이슈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정부의 소통 ▲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전공의와 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국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지도전문의 내실화와 기피과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전공의가 인간적인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등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의료계가 힘을 합쳐 끝까지 정부에 대항해야 함을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대단하고 안쓰러운 마음뿐이다”며 “여러분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를 13만명 의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는 근거 없이 의사수가 적다고 주장하며 독단적으로 매년 400명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젊은 의사, 선배 의사 모두 이를 절대 용납하지 말고 강력한 대항의지로 끝까지 항의해 의료계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의 참여도 이목을 끌었는데 집회에 참석한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가 의료계를 절벽까지 몰아붙여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 나오게 됐다”며 “오늘은 우리 투쟁의 결과가 아닌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는 교육에 대한 고려 없는 포퓰리즘 정책뿐이다”며 “이 땅 위에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제대로 된 의료가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저희는 교육을 잠시 멈추겠다”라고 덧붙였다.


손팻말 1인시위 등…각양각색 방법으로 총파업 참여


지방의 전공의와 의대생 또한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총파업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날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생들은 병원 본관동 쪽에서 ‘건보료 폭등 초래하는 의대 증원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전남대 의대생 160명과 조선대 의대생 151명도 집회나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의 전공의와 의대생 등 750여명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젊은 의사 단체행동' 집회에 참석, 대형스크린을 통해 서울 여의도 집회에 동참했다.


전남대병원(본원‧빛고을‧화순)에서 245명, 조선대병원 132명, 광주기독병원 41명 등 총 46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한편, 이날 전공의 대의원들은 집회 후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철야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대표들은 정책현안과 수련환경, 의료계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며 공공의대 설립 철회까지 파업을 이어가며 총력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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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나니 08.10 14:51
    * 어떻게해야 지역에 의료인의 수가 많아질까요?

    * 어떻게 해야 의사들이 기피하는 3D전문과목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에 전문의가 늘어날까요?



    전공의나 전문의 모두 위의 해답을 내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의 간호사들 부족 사태는 어떻게해야 메꿀수 있을지...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다. 무조건 반대만 하지말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안을 좀 의논좀 해봐라.

  • 절규 08.08 23:33
    어제 전공의 한명의 절규가 마음을 때리더군요



    어제도 여느 때처럼 힘든 하루였습니다.

    당직서며 날밤을 꼬박 새웠고, 새벽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콜을 받았습니다.

    제때 끼니를 챙겨 먹은 게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 얼굴을 본 것도요.









    힘듭니다. 지칩니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이 숨이 가쁘고 치열합니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아파도 병원 갈 엄두를 못 냅니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었고, 쉴 생각도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제게 의지해 힘겹게 숨을 이어가는 환자 곁을 차마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인턴부터 시작해 내과 레지던트가 되었습니다.

    매 순간 다짐했습니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고 살리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요

    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라, 학생 시절부터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그런 젊은 의사들이, 제 목숨처럼 돌보던 환자들을 떠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부도, 병원도,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 관심이 없습니다.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젠 바보 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









    엉망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쉬운 길만 찾으려 합니다.

    제대로 배우고 수련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은 대한민국엔 없었습니다.









    숫자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무턱대고 급여화 해주는 것이 미덕은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다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이 아닌, 진짜 해답을 찾아 주십시오.









    우리 전공의들에겐 병원이 일터이자 쉼터이고, 환자들이 가족이자 스승입니다.

    거리로 나가느라 내일은 못 올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말하던 제게 웃어주던 환자분이 생각납니다.

    지독한 병마로 뼈만 남은 몸을 일으켜 잘 다녀오라는 인사에, 죄송함이 앞서 눈물을 삼켰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오늘이 지나면, 저희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아픈 환자 곁을 밤새 지킬 겁니다.

    불 꺼진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외로운 환자들과 기꺼이 함께 할 겁니다.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떳떳하겠습니다.

    그 힘들고 따뜻한 모습이 헛되지 않게, 진실 되고 올바른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을 한 켠에 둔 채, 이 자리에선 크게 목소리 내겠습니다.









    여기 있기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젊은 의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환자 곁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떳떳한 의사가 되도록 해주십시오.









    이것이 전국의 1만 6천명 전공의들이 병원 대신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