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성심, 국내 최초 코로나19 환자 '폐이식' 성공
중국·미국 등 이어 세계 9번째···최장기간 112일 ECMO 장착
2020.07.02 09:4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림대학교성심병원(병원장 유경호)은 지난 6월 21일 코로나19 중증환자의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고 2일 밝혔다. 세계에선 9번째 성공사례다.

 

50대 여성인 환자는 지난 2월 29일 한림대학교성심병원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로 긴급 후송돼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전원 당시 의식은 있었으나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인공호흡기 착용 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 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에이즈 환자에서 사용하는 칼레트라(Kaletra)를 사용했고, 항염증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였지만 에크모를 시행해 환자의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팀은 다음 날인 3월 1일 환자에게 에크모를 장착하고 선제적 치료를 시작했다.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중환자의 심폐 기능을 보조해 생명을 유지해주는 장치다.

 

바이러스는 사라졌지만 폐는 ‘딱딱하게’ 굳어

환자는 음압격리실에서 에크모를 달고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3월 초 한 번의 코로나19 양성반응 이후 줄곧 음성이 나왔다. 격리 2개월 만에 기관지내시경으로 채취한 검체로 코로나19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환자는 바이러스만 사라졌을 뿐 폐 상태는 나빠졌다. 흉부X-ray 검사 결과에서는 심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흉부CT 검사 결과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소견과 폐섬유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폐 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았다. 선택은 폐이식 밖에 없었고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건강했던 환자는 순식간에 생사를 오가는 상태가 됐다. 환자는 가족과 떨어져 읍압격리실에서 자신의 손발이 된 에크모센터 의료진의 손을 잡고 눈물을 한참 동안 흘렸다. 에크모센터 의료진은 5월 4일 수술을 결정하고 에크모 치료를 유지한 채 외과중환자실 양압이식방으로 환자를 옮겨 폐 공여자를 기다렸다.

 


환자는 입원 다음 날인 3월 1일부터 이식하기 전날인 6월 20일까지 무려 112일 동안 에크모 치료를 시행했다. 112일 코로나19환자 중 에크모 장착은 세계 최장기간 기록이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환자 폐이식은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21일 새벽 2시까지 했으며, 실제 수술시간은 8시간 동안 이뤄졌다.
 

김형수 에크모센터장 흉부외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중 국내에서 최고의 중증치료 사례였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건강한 폐와 다르게 크기도 작게 수축 되었고 마치 돌덩이처럼 폐가 딱딱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성훈 에크모센터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교수는 “현재까지 환자가 급성거부반응을 나타나지는 않았다. 현재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급성거부반응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하고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숨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

회복 중인 환자는 "에크모 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거다.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며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도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폐이식 이후 숨이 잘 쉬어지니까 수술이 잘 됐다고 느꼈다”며 “내게 폐를 공여해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허리에 파스 붙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던 간호사님과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환자는 현재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를 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을 시행해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환자는 치료기간동안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으며 의료진과 가족들의 지지를 통해 재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이번 코로나19환자 폐이식수술 성공을 기점으로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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