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나는 이탈리아 태생이다
. 이름은
AW-109 그랜드 뉴
(Grand New)이지만 대부분
‘닥터헬기
’라 부른다
.
응급환자의 응급처치 및 신속한 이송을 위해 2013년 7월 안동병원에 배치돼 중증응급환자 골든타임 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04시50분. 오늘도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
항공정비사가 작은 전선 하나까지 살피며 컨디션을 체크하고, 의료진은 응급의료 장비의 점검, 약품의 수량 및 유효기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응급의료헬기인 나는 자동심폐소생술기, 인공호흡기, 초음파기, 흡인기 등 10여종 장비가 있고 생명배낭에 30여 개 응급의약품을 품고 다녀 사람들이 ‘하늘 위 응급실’이라고 한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밥을 먹는다. 나를 위해 고급 항공유를 항상 비축해 둔 덕분이다. 여름에는 기압, 뜨거운 열기 등으로 겨울보다 먹는 양을 조금 줄인다.
해가 뜨는 일출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격납고)에서 나와 임무를 시작한다. 응급대기상황에서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10시 48분. 운항통제센터에서 출동지시가 떨어졌다. 목적지는 경북 의성 안계다. 거리는 53km로 이륙 후 도착까지 12분 소요됐다.
외상성 뇌출혈 환자다. 분초가 생명과 연결되고 신속한 치료가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권순광 응급의학과 전문의, 서수정 간호사, 공태훈 기장, 정연우 부기장, 그리고 환자 등 모두 5명을 태웠다. 다소 무겁다.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태양열로 이글거리는 지표는 36도에 달하지만 상공은 다행히 기온이 조금 떨어진다. 시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5명을 태우고 시속 300km로 날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013년 7월 5일 임무를 시작해 7년 간 2309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질환별로 중증외상환자 657명(28.5%), 뇌질환 505명(21.9%), 심장질환 327명(14.2%) 순이었고 기타 820명(35.5%)은 증상이 다양하다.
남성이 1452명(62.9%)으로 여성 857명(37.1%) 보다 많았고, 나이는 70대 612명(26.5%), 60대 467명(20.2%), 80대 437명(18.7%), 50대 414명(17.9%) 순이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약 100km로 그동안 지구 7바퀴를 돌았다.
안동병원을 중심으로 영주, 봉화, 문경, 예천, 영양, 청송, 의성, 군위 지역은 10~15분에 도착하고 문경, 상주, 울진, 영덕, 포항, 성주 지역은 20분 내외로 날아간다.
한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30여명은 365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팀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을 비롯해 응급 구조사, 간호사가 있고, 운항팀에는 조종사 5명을 비롯해, 항공정비사, 운항관리사, 지원팀 등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 지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송비용은 무료다.
많은 분들이 고마워 하지만 가끔씩 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열심히 일하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항의하지만 ‘닥터헬기는 생명의 소리’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모두 이해하고 배려해준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나의 동료들은 전남(목포한국병원), 인천(가천대길병원), 강원(원주세브란스병원), 충남(단국대병원), 전북(원광대병원), 경기(아주대병원)에서 각각 활약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뜨겁던 태양이 지면서 오늘 하루를 마친다. 근무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며 365일 휴일이 없다.
휴일이라고 아픈 것도 쉬면 좋겠지만 야외활동이 많은 휴일이 더 바쁜 편이다. 불금이지만 일찍 자고, 바쁜 주말 근무를 준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