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유일 고속도로 휴게소병원 폐업→'절반의 성공'
유승일 원장
2018.10.01 05:5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 지난 2013년 유승일 원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 병원을 차렸다.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들 다녀가며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2018년 9월을 마지막으로 안성맞춤의원은 폐업했고 이제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더 이상이 병원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유 원장과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정책적인 측면에도 매우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 및 그의 깊은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유승일 원장의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2013년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개원한 후 5년 만에 폐업을 하게 됐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병원 공간도 협소하고 규모는 매우 작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절반의 성공인 50점 정도가 될 것 같다. 홍보 등에 더 신경썼다면 보다 잘 운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폐업을 결정한 데는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기보다 개인적인 이유에서 결정했다. 매년 계속 운영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는데 이번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됐고 거리가 너무 멀어 폐업을 결정했다. 병원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몇 달 전부터 후임자를 물색해봤으나 찾기가 어려웠다.
 

Q. 그동안 아무도 시도한적 없었던 고속도로 휴게소에 병원을 오픈한 이유는
 

예전에 한 차례 개원을 한 적이 있다. 이후 똑같이 로컬 병원을 내려고 했는데 보험과 관련한 규제가 많아 규제를 조금이라고 덜 받는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고속도로 휴게소 개원을 하게 됐다. 전공이 응급의학인데 전공과도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Q. 하루 평균 몇 명의 환자가 찾았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하루 평균 30~40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고속도로 통행이 많은 주말의 경우에는 50여명 정도가 방문하고 설, 추석 등 연휴 기간에는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휴게소를 찾았다가 갑자기 심정지가 온 환자다. 당시 심정지가 온 환자는 정식으로 접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도와준 경우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심정지 환자는 결과가 좋지 않은데 해당 환자의 경우 119 이송 후에도 적절한 치료가 이뤄쳐 결과가 좋았다고 연락이 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 사정으로 이전 후임자 못찾아-동남아 진출 등 새 도전 모색”
"병원 접근이 어려워 직원 모집에 어려움 컸다"
"의약분업 예외 병원 장점 있고 화물차 기사분 등 단골 생겨"
"국공립병원처럼 위탁 운영 필요-응급환자 등 특화 경쟁력도 가능"

 

Q. 병원에서 함께 하는 진료보조인력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매출이 괜찮게 나와서 조무사 한 명이 계속해서 일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3명의 간호조무사들이 병원을 거쳐갔는데 명절 등 연휴에도 일을 해야 하는 등 단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병원 위치 자체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할 수가 없고 자기 차를 이용해 출퇴근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자격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고 실제로 지원자도 많지 않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면 사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그동안 공백 없이 구인이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고속도로 휴게소에 위치한 병원만의 특징이 있다면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의약분업 예외 병원이라는 점이다. 환자들은 단순히 약을 사먹기 위해 휴게소에 들렸는데 싼 가격에 진료도 보고 약까지 받는다며 매우 만족해한다. 의료계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선택분업을 홍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 단골로 온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Q. 의약분업 예외 병원 외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병원이 무리 없이 운영되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고속도로 휴게소 내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려면 국공립어린이집처럼 위탁 운영을 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또한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일반 로컬에 비해서는 매출액이 좀 더 낮은 편인데 약에 대한 조제료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도 필수적이다. 현재 컨테이너를 진료실로 활용 중인데 여름에는 냉방이 잘 안돼 덥고 겨울에는 난방이 어려운데 지자체 등이 지원을 해준다면 최소한 작은 건물은 하나 세워줄 필요가 있다. 또 보통 휴게소측은 운영시간과 맞춰서 병원을 운영해주길 원하는데 사실 개인 의원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정책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의협 등에서 의사들을 위해 일 해볼 생각은 없는지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정책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휴게소에서는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휴게소 입장에서는 병원이 하나 있으면 이미지 개선 등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임대료 지원 등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이 떠나서 더 이상 휴게소에 개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봉직의로 근무하거나 병원을 개원해 한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동남아에 진출해 병원을 운영할 생각도 있다.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국내 의사면허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료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의 경우 주사를 맞으면 대략 200불, 기브스를 하면 500불 정도를 받기 때문에 20명 정도 진료하면 국내에서 70~80명 보는 것과 수익적인 측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고속도로 휴게소 병원의 경우 잘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응급환자가 다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지원을 바탕으로 ‘미니 응급실’처럼 운영한다면 잘 될 것 같다. 경기도에 고속도로 휴게소 내 병원 운영을 위한 각종 제안을 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 또한 의사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환자를 위해 진료를 하는 것도 의미 깊고 경쟁력 있지만 의료업이든 다른 업이든 가리지 말고 ‘맨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도전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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