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의원급 수가협상 결렬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재임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협상을 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 리더십’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왜 의협만 안 되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의협 대의원 등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들 일각에서 수가협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수가협상 자체가 건보공단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의협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최대집 회장 재임기간 3차례 모두 결렬 등이라는 성적표는 ‘최 회장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8년 이후 올해까지 의원 수가협상은 총 8차례 결렬됐다. 같은 기간 병원 5회, 치과 5회, 한방 1회, 약국 0회, 보건기관 0회, 조산원 0회 등과도 대조적이다.
의협 A대의원은 수가협상의 구조적 문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유형은 협상하고 체결됐는데 의원급만 결렬된 것은 정치적인 고려가 있지 않겠느냐”며 “협상 직전에 ‘전면투쟁 하겠다’는 등 극단적인 발언을 정부가 어떻게 생각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칼자루를 쥔 쪽은 건보공단인데, 협상이 끝나고 해도 될 말을 전(前)에 하고 있다”며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0.1%라도 더 받아야 하는데, 의원은 3년째 계속 못 받았으니 4년째에는 못 받은 것부터 시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협 B대의원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에 대한 국민적 응원 분위기가 형성돼 기대를 많이 했다”며 “왜 의원들만 안 되냐”고 한탄했다.
C 시도의사회 회장은 “수가협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예전에도 계속 그랬다”면서도 “대의원들 사이에 (최 회장 리더십 관련)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동의한다”고 말했다.
건정심 결과 두고 보겠다고 하지만 의협 내부서도 ‘회의적’
이런 가운데 수가협상 결렬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이 남아있는 만큼, 내부 불만은 일단 묻어두겠다는 것이다.
의협 D대의원은 “최 회장 집행부가 건정심에서 할 역할이 있을 텐데, 의외의 결과가 나올수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최 회장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건정심 결과를 보고나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의원 기대에 미치지 못 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향후 있을 건정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협조차도 건정심 결과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회원들의 기대가 크다는 부분은 알고 있었다”며 “수가협상 구조 자체가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예상대로 결렬됐다. 의원급 수가협상을 의협에서 했기 때문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정심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기조를 생각하면 패널티를 준다랄지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게임의 룰’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