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후 병원 경영 악화→의료기기업계 '불똥'
간납사, 대금결제 일방적 연장 통보 등 업체 피해 속출…"줄도산 우려"
2024.04.02 05:30 댓글쓰기

의대 증원에 반발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기기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 중간에서 구매업무 등을 대행하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들이 의료 공백 장기화를 이유로 의료기기 대금결제 기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간납사들의 일방적인 통보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지만 해당 의료기관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긍할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 계열 간납업체인 이지메디컴은 최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 업체 대상 대금 지급시기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했다.


서울대병원 계열을 시작으로 성모병원 계열 오페라살루따리스도 결제가 지연될 수 있음을 의료기기 업체에 통보했다.


간납사는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 중간에서 병원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소위 '통행세' 성격의 이용료를 징수하며 병원에 납품되는 의료기기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료 대란이 가시화하면서 간납사들이 의료기기 업체를 대상으로 결제 대금 기한을 일방적으로 지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은 일방적 통보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해당 의료기관과 계속 제품 공급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통보를 수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 진료 및 수술 축소로 매출이 50~70% 감소한 상황에서 결제 대금 기한까지 연장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금결제 기한 연장으로 그 간 지연돼 온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기나긴 소송 등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의료기관 학교 재단이 직영하거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간납사의 경우 불공정행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지속하는 간납업체를 조사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현장 변화는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2021년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기 간납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지난해 재단 간납사 불공정한 거래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를 요청했지만 불공정거래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들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간납사 일방적인 대금결제 지연과 불공정거래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상 의료기기 업체들의 피해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 결과 업체 피해를 넘어 국민 건강 위협과 치료비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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