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MERS) 사태 당시 원내감염으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초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원내감염을 겪은 후 감염관리실 외 별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본부를 운영하며 만전을 기했지만 소속 의료진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시국에 처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어느 병원보다 감염병 확산에 철저하게 대비한 삼성서울병원이었던 만큼 향후 대처에 병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삼성서울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 이후 첫 행동지침을 공지했다. 개인 위생관리 및 모임 자제를 강조하며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또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내부공지를 통해 "당초 19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이날 오전 방역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소속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첫 감염자인 흉부외과 간호사와 함께 본관 중앙수술장에서 일했던 간호사 3명이 잇따라 확진됐다.
병원은 현재 최초 감염자인 간호사와 접촉한 의료인 262명, 환자 15명 등 접촉자 277명 중 265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확진자들이 방문한 원내 시설 운영도 중단했다.
해당 간호사가 근무했던 본관 수술장은 잠정 폐쇄했고, 수술실에 출입하는 마취과 업무를 전면 중단했으며, 치료시 마취가 필요한 소아들의 방사선치료 또한 중단했다.
편의시설의 경우 본관 지하 1층 식당을 제외하고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동선확인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 중 한 명이 본관 1층에 위치한 카페에 방문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본관 카페의 경우 내원객들의 이용이 많은 시설로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많이 된다”고 전했다.
대비 철저했는데 막지 못한 ‘지역감염’...쏟아지는 문의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 주요 의료기관들은 감염병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규모 원내감염을 겪었던 삼성서울병원은 그 중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감염관리실 외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 대책본부’를 운영한 병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응에 나섰다. 대책본부장은 권오정 병원장이 직접 맡았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 2회 증상 여부를 조사했고, 전국 확진자가 방문한 주요시설 방문력을 확인했다.
최근 ‘이태원 클럽 방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예외 없이 방문 여부를 물었다.
삼성서울병원 한 의료진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대책본부가 관리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후에도 직원들은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이 처럼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조기에 발견되지 않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 등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조용한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확진자들의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던 점도 조기 발견이 불발된 원인으로 꼽힌다.
방역당국 등은 현재 최초 감염 간호사의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확진판정을 받은 간호사 중 2명은 무증상자”라고 밝혔다.
한편 확진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당분간 병원 내 일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의료진은 “확진자 발생 이후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일부 간호사들이 전화응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각 센터도 오전부터 자체적인 대책회의를 실시했다. 감염병 사태 관리를 총괄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 대책본부는 확진자가 확인된 이후 종일 대책회의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