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가려진 대한민국 '의료 사각지대'
경증·중증질환 관리 부실 속출, '환자 치료기회 상실' 호미로 막을 질병 가래로
2020.04.09 05: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특별취재팀/기획 2벌써 4개월째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00일이 목전이다. 이 기간 동안 1만명 이상 넘는 국민이 감염됐고, 200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 질긴 코로나19는 좀처럼 종식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전체 일상(日常)의 삶이 멈췄고, 사람들 간격도 멀어졌다. 기약없는 장기전에 피로도는 쌓여 간다. 3개월 넘게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은 이미 번아웃(Burnout) 상태다. 하지만 정작 의료진 걱정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아직 기미도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병의원 진료를 미루면서 질병을 키우고 있는 잠재적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5년 전 메르스 사태에도 비슷한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대한병원협회, 보령제약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대국민 불안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금의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기피현상이 자칫 전반적인 국민들의 질병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 울림을 주기 위함이다. 5차례에 걸쳐 병원들을 격려하면서 국민들이 병원 내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떨쳐내고 정상적인 진료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제공 연합뉴스> 
①감염병 사태 장기화에 곡소리 나는 대한민국 병원들
 
②호미로 막을 질병, 가래로 막게 된다
 
③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병원에 오세요!
 
④생명의 최전선, 두렵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⑤지금의 불안감 떨치고 내일의 신뢰 기반 다져지길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서 환자들이 병원을 기피하고 있다. 대형병원과 개인병원을 가리지 않고 환자수 감소가 또렷하다.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후 외래환자가 전년 동기대비 20~30% 감소했다.
 
개원가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대구·경북지역 개원가 환자는 60~70%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의료계는 사태 초기부터 과잉대응이라고 할 정도로 이번 코로나19 대처에 적극적이었다.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모든 내원객의 체온을 확인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직원은 물론 내원객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나눠주며 감염 방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예약과정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고위험 지역 및 시설 방문 여부를 확인하며 평소보다 2~3배 길게 통화하는 수고도 기꺼이 감내했다.
 
원내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들은 이중삼중으로 철통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발걸음은 끊겼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120일 이후 석 달이 지났다. 대구·경북 지역 대규모 감염으로 1일 확진자가 500명을 넘던 상황에서 현재는 두자릿 수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심을 속단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불안감에 병원을 찾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의료기관 내원 관련 막연한 공포로 치료 시점 놓칠 수 있다

미용목적 시술이나 일반의약품과 충분한 휴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일 때는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중증질환이나 건강검진 등 건강을 위해 꼭 챙겨야 하는 경우 병원 방문을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과도한 낙관도, 과도한 공포감도 바람직하지 않다환자마다 건강상태를 잘 파악해 필요한 치료는 제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암 같은 중증질환자의 경우도 당장 1~2주 항암치료를 미뤄도 큰 영향이 없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폐암 4기의 경우 1~2주 간격으로 피가 마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교수는 항암시술 등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진료 일정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과 같은 시기 병원방문이 무섭다는 암환자들이 있다고 들었다. 만일 감염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주저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과 암치료가 지연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저울질해보면 암치료를 당장 받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성질환자의 경우도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당뇨병, 심부전, 만성호흡기질환,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져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질환에 취약할 수 있어 질환이 발견된다면 적극 관리해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 노은중 원장은 감염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본인에게 질병은 없는지, 건강 위험 요소는 없는지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개인위생과 함께 금연, 금주,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 적절한 운동 등 건강생활 실천을 통한 면역력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텅빈 건강검진센터, 질병 중증도 높아질 수 있어 

특히 고령자의 경우 정해진 시기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2019년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비교적 건강한 노인은 조기 사망률이 미검진자에 비해 훨씬 낮다.
 
연구결과 미수검자 집단의 전체 사망률은 수검자 집단 보다 약 38% 높게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건강보험 청구 의료비를 살펴본 결과 건강검진 수검자(1인당 6642달러)가 미수검자(1인당 6754달러)보다 112달러(12만원) 정도 더 적게 지출했다.
 
현재 모든 의료진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진료에 나선다.
 
문진시에는 환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위험 지역을 방문한 환자는 선별진료소에서 우선 진료를 받게 하고 병원에 들어온 후에는 동선을 나눠 일반환자와 중증환자를 따로 관리한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이는 질병의 중증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일반환자들의 경우 의료기관 기피현상으로 치료기회를 상실하는 우려가 크다감염병 대응 차원에서도 일반질환 관리는 중요하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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