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 많이 필요한 '우울증 치료'
백종우 교수(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
2016.02.21 18:50 댓글쓰기

우울증, 자살, 트라우마 등으로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사회적 편견이 다소 줄어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가 암 환자보다 좀 더 많은 비율로 증가했다고 한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매우 흔한 병이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 외에도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불안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이로 인해 직장과 학교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특징적인 사고의 변화가 동반된다. 예컨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으며, 앞으로 계속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이 잘 됐을 경우에도 다음에는 그럴 리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자신과 주변과 미래가 모두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한 환자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을 절제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탓에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답답함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어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우울증은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로 2개월 내에 70% 이상 회복되지만, 우리나라의 치료율은 15.3% 수준으로 낮은 현실이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감소한 다양한 항우울제가 개발돼 사용 중이며 또 난치성 우울증에 새로운 약물치료를 위한 3상연구가 경희대학교병원 등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증 우울증에서 최악의 결과는 자살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높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울증 환자의 6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고, 10% 이상이 이를 시도한다.


최근에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이 발주한 웹기반 정신건강검진, 재난정신건강 등 여러 국책과제가 진행되고 있고 유가족을 만나 자살한 고인의 삶과 사망 원인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심리부검’도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자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보건의료제도)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사용한 표어가 ‘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다. 신체의 건강만큼 정신건강또한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환자와의 관계다. 환자와의 신뢰를 ‘라포’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라포를 형성하려면 초기 면담에서 무엇보다 환자의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감하며 함께 희망을 갖는 작업이 중요하다.

더불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도 분명 난치성 환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때로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길을 환자와 동행하기 위해 오늘도 진료실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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