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사각지대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국내 7만여명 추산, 전문가 '격리병원 사례 많아 참여 포기 등 비일비재'
2016.04.06 07:00 댓글쓰기
국내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수는 7만여명.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신의료기관이 여전히 '선거 참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경기도 소재 성남사랑의병원 김재민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질환자들이 격리병원에 입원돼있다는 이유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 기준 전국 정신의료기관 수는 1406개이며, 전체 병상수는 8만6357개로 집계됐다.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수는 7만792명으로, 이 가운데 67.7%가 가족 등에 의한 강제입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도 엄연히 한표를 행사 할 수 있는 유권자다. 우리나라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금치산자(피성년후견인) 판정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정신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신의료기관에서의 선거 참여는 저조한 실정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투표했는지' 여부 등을 묻는 실태조사 결과, 정신의료기관 이용자의 경우 10.4%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149조 제3항·제4항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거소투표신고인을 수용하고 있는 기관·시설의 장은 일시·장소를 정해 거소투표를 위한 기표소를 설치해야 하며 10명 미만의 경우에도 후보자·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이 기표소 설치를 요청하는 경우 기표소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는 기표소를 설치해 병동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법적 근거는 마련돼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른 상황이다. 

‘환자들이 외출 등을 할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정신병자가 무슨 선거냐’는 여러 편견 탓에 거소(부재자)투표 신청을 하지 않게 되면서 선거 참여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

김재민 원장은 “입원환자들의 참여 의지가 약한 탓도 있으나, 우선 정신질환자에 대한 과도한 편견, 선거에 관한 사전 고지 및 안내를 게을리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병동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자이고 중증 정신장애로 판명 받아 아무런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환자는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자 대다수가 주민등록지를 이전하지 않고 있는데다, 거동이 가능하더라도 정신의료기관 소재지와 투표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아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입원 중 사전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하거나 거소투표를 할 수 밖에 없다.
'거소투표'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위해 기표소를 설치해 거소투표를 진행하는 ‘병원·요양소·교도소·수용소’는 전국 3만1750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선관위로부터 돌아왔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인식을 개선하고 정신의료기관 내에서의 선거와 거소투표에 관한 안내를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선거권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못했다”면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역 선관위의 느슨한 관리는 정신의료기관 입원자가 주민등록지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점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정신의료기관의 선거와 거소투표에 관한 안내 불이행에 대한 벌칙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도적으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특별 규정을 제정해 관리하거나 입원시설에서의 거소투표와 입원전 거주지역에서의 투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거주시설 내에서의 거소투표에 대한 설치와 관리 책임을 시설장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투표의 공정성이 확보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관위가 이에 관한 설치 및 관리의 책임을 지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남사랑의병원 김재민 원장은 “정신질환자는 비정신질환자와 다소 다른 점이 있을 뿐 틀리거나 별종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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