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내년 1조원 수가협상 막판 레이스 촉각
'전면 건보 급여화 추진 가속' 정부 vs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한탄 병·의원
2019.05.29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가입자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1조원을 얼마나 돌파할지가 관건인 2020년 수가협상은 오는 금요일(5월31일) 마무리된다. 일부 변화가 생길 것 같으면서도 제한된 정보로 인해 피로감이 형성되는 시점, 공급자나 보험자나 어떠한 대응논리로 0.1%의 수치 싸움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급여화 과정 속 진료비 증가 ‘12%’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주요통계를 공개했고 진료비 증가율과 종별 점유율이 확인됐다.


진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얼마나 수익이 늘어났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로, 종별 점유율은 어느 유형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졌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해석이 가능하다. 수가협상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총 진료비는 2017년 69조3352억원에서 2018년 77조6583억원으로 12%가 증가했다. 진료비 규모를 늘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유형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전년대비 진료비가 25.2% 늘어 14조333억원, 종합병원 역시 14.3% 증가해 12조5817억원으로 조사됐다.


종합병원 이상은 전체 진료비의 34.3%인 26조6149억원을 차지했다.
 

병원급으로 내려가면 증가폭 자체가 줄어들었다. 병원급은 2017년 12조354억원에서 2018년 13조1088억원으로 8.9% 올랐다.


통계 지표에서는 병원급을 병원, 요양병원은 물론 치과병원, 한방병원까지 포함하고 있어 해석상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소병원이 대다수를 이루는 병원급만 따져보면 6조3492억원에서 6조9596억원으로 조사됐다. 치과나 한방병원 보다는 높았지만 대형병원보다 현격하게 낮은 9.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의원급은 2017년 19조6331억원에서 2018년 21조3404억원으로 8.7%의 진료비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병원급 통계처럼 의원급은 치과의원, 한의원이 포함됐다.
 

이 중 의과 의원만 따로 살펴보면, 13조7000원에서 15조828억원으로 10.1%가 늘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로 조사됐다.


전체 점유율을 정리하면 종합병원 이상 34.3%(26조6149억원), 의원급(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27.5%(21조3404억원), 약국 21.2%(16조4925억원), 병원급(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16.9%(13조10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의협 "상급종합병원 쏠림 폐해 심각·최저임금 인상도 영향" 호소 


앞선 통계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한의사협회가 주장 및 호소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부분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촉진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케어는 단순히 비급여의 급여화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및 만성질환 대응도 중요한 가치로 설정된 상태인데 동네의원 몫이 상급종합병원에 뺏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통계다.


특히 전체 요양기관 중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4% 수준으로 2017년 19.8%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의원급은 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네의원을 살리는 형태가 아니라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은 규모가 작은 의원에는 큰 피해를 줬다는 논리도 동시에 펼칠 예정이다.
 

이 단장은 “최저임금이 지난 2년간 30% 인상된 게 의원급 수가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가협상 근거자료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만 포함된 상태인데 의협 수가협상단은 올해 인상분까지 반영된 자료로 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밴딩규모를 결정하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2018년 인상분으로 합의된 상황이라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병협 "중소병원, 상대적 발탁감 극복 선결돼야" 촉구 
 

병원급 이상을 담당하는 대한병원협회는 밴딩이 결정되면 절반 이상을 가져하는 유형이다. 특히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가 25.2%가 늘어난 상황이라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병협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있지만 상황 자체는 제일 좋지 않은 ‘중소병원의 한숨’을 반영하자는 논리를 펼쳐야만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점유율과 진료비 증가는 환산지수 결정과정에서 약점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되는데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중소병원까지 한배를 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보장성 강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의 독주가 시작됐고 규모가 작은 병원은 표류했다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중소병원의 지난해 진료비는 6조9596억원이며 점유율은 최저인 9%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부분이 수가협상에 반영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병원급 이상은 모두 한 유형으로 묶여있으므로 유형 세분화 없이는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반영이 어려운 상태다.


병협은 중소병원의 구조적 결핍을 강조하면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가 비급여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착시 효과임을 증명해야 한다.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착시를 감안해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 의료수익은 증가했지만 의료비용도 그만큼 증가해서 전체적인 경영상황은 오히려 어려워졌다”라고 주장했다.


병협 수가협상단이 국공립병원 위주로 43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수익은 7% 증가했으나 의료비용은 7.5% 증가해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다는 근거가 나왔다.


송 단장은 “현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에서 진료비 증가율이 높다면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속 가능해야 하고 발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의 슬픈 단면 치협·한의협·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의·병협 대비 유리한 근거자료를 생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태다.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도 유형 자체의 성장 속도가 정체됐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먼저 치협은 2017년 대비 2018년 진료비 총액대비 치과 진료비 증가율과 기관당 진료비 인상률이 굉장히 낮았다.


구체적으로 치협은 2017년, 2018년 대비 전체 진료비 증가율이 4.8%로, 전체 11%에 비해 모든 유형 중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관당 진료비 역시 3.2%로 치과가 제일 낮았다.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은 “과거 증가율이 높았지만 2016년 이후 대폭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중요한 지표들이 낮은 것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의협은 보장성 강화에서 제외된 유형으로 실수진자 수가 지난 5년간 굉장히 많이 줄었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수가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김경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실수진자 수 감소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매우 크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보장성 강화 부분에서 단 한 개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 굉장히 뼈아픈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한의계는 타 유형과 달리 수가협상에서 얻어지는 환산지수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논리를 펼쳐야 한다.


약사회의 경우는 의협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약국가 경영악화 등 어려움을 강조하는 형태로 협상에 참여한다.


폐의약품 처리 및 반품의 어려움, 일반약 판매 감소 등 약국경영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 등 국민안전에 기여하는 행위는 수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다.


윤중식 약사회 수가협상단원(보험이사)은 “협상에서 폐의약품 처리 어려움 및 전문의약품을 처리하면서 약국이 입는 손실이 많다. 이 부분을 감안해 좋은 협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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