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성남 분당제생병원이 접촉자 직원 명단을 고의누락하고 방역당국 주요인사 격리조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병원 측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추가 확진자가 계속 확인되면서 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분당제생병원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의료인에게 신뢰는 생명과 같다”며 “의료인의 양심과 윤리에 비추어 자가격리대상자를 고의로 축소하거나 누락한 적이 없으며 현재 사태는 부족한 인력과 완벽하지 못한 업무처리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는 병원이 첫 확진자 발생 당시 접촉자 명단을 고의적으로 일부 누락했다며 관련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이희영 공동단장은 전날(18일) 브리핑에서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난 5일 당시 확진자가 대거 나온 81병동 출입자 명단을 제출받아 조사했는데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기로 접촉자 자료를 누락한 것에 고의성이 짙다고 보고 있으며, 이들 접촉자가 격리가 안 된 상황에서 돌아다니면서 많은 접촉자를 만든 만큼 감염병 등의 관리법에 따라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는 따르면 분당제생병원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5일 경기도 역학조사팀에 517명의 접촉자 명단을 넘겼다.
이 명단은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81병동 출입 의료진·환자·직원이 담겼다. 보건당국은 명단을 토대로 검체 검사를 실시하고 24명의 감염자를 찾아냈다.
그러나 지난 16일 명단에 없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병원이 제출한 명단과 직원들의 출입 기록을 살핀 보건당국은 81병동을 출입했음에도 명단에 없는 누락 직원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누락자는 144명이다.
초기 접촉자 명단에서 누락됐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이영상 병원장의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영상 병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주재 수도권 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후 그는 18일 확진 판정을 받게 됐고,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은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같은 자리에 참석했던 22명의 병원장들도 분당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복지부 차관을 포함한 보건당국 및 병원 주요 인사들이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네티즌은 ‘감염병 컨트롤타워에 속해있으면서 불합리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선 이 병원장의 행보가 부주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사는 “(이 병원장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아닐 텐데, 판정을 받기 전에 자신의 감염 위험도나 초기증상을 고려해 행동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부터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있어 17일 오후 검체를 채취한 결과, 18일 새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원장은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일 직원들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당시 음성 판정이 나왔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이 원장이 이후 병원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당제생병원은 지난 6일부터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기존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은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기준 모두 29명(의사 2명, 간호사 9명, 간호조무사 6명, 간호행정직 1명, 임상병리사 1명, 환자 7명, 보호자 2명, 면회객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