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억제하면 '상급종합병원 쏠림' 완화 가능
심평원, 약제비 차등효과 분석···'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본인부담 인상 주효'
2019.10.05 05: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이용 억제기전이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정책적으로 본인부담률을 조정하면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핵심인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축소와 중증환자 확대 정책의 당위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자체 발간연구 등을 통해 ‘약제비 차등제 효과 분석’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약제비 차등제는 지난 2011년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 일환으로 시행된 정책이다. 52개 경증질환 환자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인상하는 정책이다.


심평원은 1년 동안 전체 종별 이용내역을 추적해 환자 유형을 크게 경증질환 외래로 대형병원만 이용한 그룹과 대형병원 및 하위종별 혼합이용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52개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은 실환자수는 2011년 617만6000명에서 2017년 579만7000명으로 정책 시행 전 대비 6.1% 감소했다. 대형병원 내원일수도 1926만4000일에서 1621만8000일로 15.8% 줄었다.


의료이용 유형별로 구분했을 때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만 이용한 환자는 전체 대형병원 경증질환 외래환자의 15.6%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환자는 하위종별 의료기관을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혼합이용자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병의원에서 1회라도 경증질환 외래로 내원했을 경우 혼합이용자로 분류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종적으로 약제비 차등제 시행 전후 대형병원 경증질환 외래 이용자 대비 전체 경증질환 외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실질적인 대형병원 이탈환자 규모는 전년대비 39.2%~60.8%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심평원은 “정책 효과는 대형병원 경증질환 외래 이용 감소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정책대상인 대형병원에서 처방된 약국 약제비 규모 측면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병원 처방전에 따른 약국의 실조제 현황을 사후연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책시행 전 8663억원 규모에서 정책시행 후 4210억원 거의 절반 가량 감소했다.


대형병원 외래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증질환은 당뇨병(20.7%)과 고혈압(13.8%), 위식도역류(6%), 급성기관지염(5.1%), 지질대사장애(5%)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상병 구성은 정책시행 전후와 의료이용 유형별 구분 모두에서 뚜렷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대형병원 경증질환 외래 이용 상위 5개 상병이 전체 이용일수의 50%를 점하는 현황을 확인했다"며 "같은 경증질환이더라도 기왕력과 중증도에 따라 대형병원 외래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가 높아진 본인부담금을 감안하고서라도 대형병원을 이용하려는 욕구에 대해 보다 세밀한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정책 개선방향을 도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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