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새누리당 물밑협상 긴박했던 이틀 행보
파업철회 중재안 마련 6일 저녁부터 7일 발표까지 엎치락뒤치락
2014.03.08 06:38 댓글쓰기

[해설]대한의사협회가 새누리당과 함께 3월 10일 총파업 철회를 두고 중재안을 도출했으나 결국 청와대의 재가를 받는데 실패하면서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7일 발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의사협회에서 밝힌 청와대 총파업 책임론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며 파업의 명분마저 물 타기하는 전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새누리당의 반박 발표 후 짧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채 배포된 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혀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은 것을 시인했다.  
 
과연 의협과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원회는 이번 의료계 파업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 등을 놓고 언제부터 물밑협상을 진행한 것일까. 긴박하게 진행됐던 지난 6일 저녁부터 7일 오후까지의 과정을 유추해 봤다. 

 

6일 저녁 물밑협상 시작

 

6일 이전 이미 논의는 시작됐다. 의협쪽에서 노환규 회장과 노선을 달리하는 온건파가 박인숙 의원실과 접촉, 파업 출구전략에 대한 협의를 먼저 제안했다.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오면 만나자는 선에서 논의는 끝났다.

 

이후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노환규 회장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총파업에 대한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져 파업 강행에 부담을 느낀 노 회장이 6일 박 의원을 만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6일 오후 박 의원과 노 회장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소득 없이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후 실무진 간 협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6일 저녁 7시경 의협은 '원격진료는 입법 전에 의사협회와 시범사업을 통해 사전 검증을 진행한 후 입법을 논의하도록 한다'는 것과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분야는 제외하고 불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산업규제 완화를 통한 보건의료서비스 산업발전을 도모키 위해 의협, 치협, 한의협, 약사회, 간협 등이 참여해 특별법을 추진한다' 등을 골자로한 협의문을 박 의원실에 건냈다. 

 

이날 저녁 원격의료는 의협안으로, 투자활성화 대책 등은 정부 주장대로 가안을 도출했다. 이때 의협은 새누리당에 정부와 협의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고, 박 의원실은 이를 전제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저녁 8시경 박인숙 의원실에 출구전략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의원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6일 저녁 긴박하게 협의가 진행됐지만 소득 없이 끝이 났다. 

 

7일 시간적으로 조급했던 의협은 원격의료도 정부안대로 하기로 한 발 더 뒤로 물러서면서 ‘~하기로 노력한다’에서 ‘~한다’로 강제성을 더한 문구로 수정했다. 이때까지도 박인숙 의원실은 “아는바 없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물밑협상을 부정했다. 

 

하지만 A의원실에서 “박인숙 의원에게 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 전해 듣기로는 노 회장이 너무나 강경한 입장이어서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의를 확인해 줬다.

 

다른 B의원은 “오늘 오전 특위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회의가 있었지만 의협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기자가 확인하려고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지만 질문을 유추해보니 협의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특위 차원의 협의는 아니다. 특위의 공식 입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좀더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의협 선제공격에 당황한 새누리당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2시 30분 새누리당 건강특위에서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다. 새누리당은 기자회견 전 의협과의 사전협의 사항을 복지부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형표 장관이 보고받은 바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는지, 보고가 누락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새누리당은 "정부와 상의했다는 의협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고 판단한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 협의 없이 중재안을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 한 보좌진은 “정부와 이견을 보인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실무진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중재안에 대한 결정자들의 판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2시 40분으로 기자회견 연기하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멈칫거리는 동안 의협이 선제공격을 했다. 의협은 2시 조금 넘은 시각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과 의협이 총파업 철회를 두고 중재안을 도출했으나 결국 청와대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며 “청와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황스러워하며 뒤 늦게 입장표명에 나섰다. A의원실은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가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원회와 의협, 정부가 합의한 파업 철회 중재안을 거부해서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위원회는 의협과 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한 바가 없음을 밝힌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어 6시 40분 박인숙 의원실 역시 “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위원장 심재철) 차원에서 의사협회와 논의를 한 사실이 없고, 당정협의도 없었다. 최원영 수석에게 보고된 적도 없고, 따라서 청와대에서 중재안을 거부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은 “의사협회에서 밝힌 청와대 총파업 책임론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며 파업의 명분마저 물 타기하는 전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이 발끈하자 노환규 회장은 이날 저녁 JTBC 뉴스에 출연해 “청와대가 이것을 거부했다고 한 것은 지금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며 자신의 재가를 거치지 않은 홍보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노 회장은 “배포된 보도자료는 사실에 기반해서 작성했어야 했지만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실무진이 자료를 작성하다보니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새누리당과 의협 간 물밑협상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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