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 응급실 전면폐쇄···대형병원 '메르스 악몽'
5년전 삼성서울·건국·강동경희·을지대 등 진료 중단···'엄청난 경영손실 발생'
2020.02.17 06: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진료한 응급실을 전격 폐쇄하면서 다른 대형병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재 대형병원 중심으로 감염 여부 신속진단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확진자 내원시 동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창궐 당시 삼성서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이 추가 감염 방지를 위해 폐쇄 조치를 했던 만큼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재로써는 병원 폐쇄는 이르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 폐쇄 조치는 '경계' 단계인 현 상황에서는 이르며, '심각' 단계에서 의료기관 내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시행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각 단계에 이르고 병원 내 감염이 진행됐을 시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병원 폐쇄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 수준은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낮은 관심 등급은 해외에서 신종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주의 등급은 해외 신종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발령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현재 내려진 경계 등급은 해외 신종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된 후 타 지역으로 전파된 경우 내려지며, 전국적으로 확산될 징후가 보일 시 심각 등급으로 격상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위기 경보를 아직 현재의 경계단계를 유지하되, 실제 대응은 심각 단계에 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한국감염관리간호학회 등 다수 의료단체에서는 “감염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려야 한다”고 끊임없이 권고하고 있다.

의협은 “심각 단계는 지역사회에서 감염병이 막 퍼질 때 발령한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처럼 '과하다 싶게 빠르고 강력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경계' 경보를 내린 것은 지난 1월 27일 4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2월 14일 현재까지 확인된 확진자는 총 28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다가 의료진이 감염되고, 다수의 수퍼 전파 사건이 생긴다면 심각단계 격상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전염병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가더라도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면 병원 폐쇄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감염 원인이 무엇이냐다. 메르스 사태때는 주 감염원이 병원이었기에 폐쇄 조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 폐쇄, 막대한 손해...메르스 때보다 진일보한 보상

병원 폐쇄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법에 따라 조치를 내리거나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시행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법 47조 제1호 감염병 예방조치에 따라 국가에서 병원 폐쇄를 행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국립중안의료원과 같은 중앙기관 산하 기관의 경우 질본 조치에 따라 바로 폐쇄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병원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폐쇄 조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결정이 쉽지 않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의료기관 내 감염이 발생해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 대형병원에서 폐쇄 조치를 감행한 바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응급실에서 슈퍼 전파자가 81명을 감염시켜 집중관리병원이었던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6월 14일부터 7월 20일까지 폐쇄 조치를 내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병원 부분 폐쇄 조치를 시행했다.

폐쇄 조치로 병원은 외래 진료 및 입원을 제한하고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과 응급환자 진료를 중단했다.

건국대병원 역시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 간 메르스 전염이 발생하면서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병원 부분 폐쇄 조치를 취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투석실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이후 추가 감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병원 완전 폐쇄를 감행했다.

이외에 강동성심병원,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보라매병원, 원자력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이 메르스 유행 당시 병원을 폐쇄한 바 있다.

병원 폐쇄로 인한 손해는 감염병 예방법 내 손실보상 명령에 따라 국가가 의무적으로 병원에 보상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유행으로 의료기관을 폐쇄할 시 메르스 때보다 진일보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메르스와는 다르기 때문에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메르스 때와는 보상기준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미 폐쇄 의료기관이 발생한 만큼 아주 세세하게 기준을 마련,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진료·격리하거나 병동을 폐쇄한 의료기관 등에 대해 총 1781억원의 손실보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지급 대상은 의료기관 176곳, 약국 22곳, 상점 35개소 등 총 233개소였다.

반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보건의약단체 제3차 실무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는 원론적인 답변만 전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약단체는 자진폐쇄를 포함한 의료기관 보상기준 마련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의협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 보상방안이 명확히 정해져야 일선 현장에 있는 의료기관이 방역활동에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반면 복지부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논의해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당시 유일하게 복지부 결정 전 자체적으로 병원 폐쇄 조치를 취한 삼성서울병원은 현재까지 손실보상금 미지급 문제로 복지부와 소송 과정에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손실보상금으로 1180억원을 요구했으나, 복지부 추계 손실액은 806억원이었다. 이에 병원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삼성서울병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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