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신천지 교인 명단 확보 방법을 놓고 경기도와 청와대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도 신천지 교인이나 이들과 접촉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한 병원내 감염 우려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서 지난 20일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속 간호사가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병원은 해당 간호사가 근무한 호흡기내과 병동과 응급실 등을 폐쇄조치 한 상태다.
병원내 감염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많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병원들로서는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대규모 병원내 감염이 일어난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오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신천지 교인 명단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설득끝에 신천지 교회로부터 전체 교인 명단을 제공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신천지 교회측은 “올해 1~2월 중 대구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 타지역 신도, 대구교회 신도 중 같은 기간에 타 지역을 방문한 고위험군 신도 명단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빠른 시간 안에 전체 신도 명단도 제공”하기로 했다.
병원내 감염이 언제 다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천지측이 전체 명단을 제공할 때 까지는 여전히 병원내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병원들은 신천지 교인이나 신천지 접촉력이 있는 이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저마다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슈퍼전파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구교회가 위치한 대구 소재 병원들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먼저 앞서 신천지 교인인 간호사 확진자가 나온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진표를 통해 신천지 접촉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직원과 의료진들에게는 신천지 교인일 경우 자발적으로 병원측에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구 소재 A대학병원은 “내부 직원과 의료진의 경우에는 신천지 접촉력 등이 있으면 자진신고 할 수 있도록 이틀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내원 환자들의 경우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신천지 접촉력 등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의 B대학병원 관계자는 “내원객들에 대해서는 병원 입구 안내문 등을 통해 신천지 접촉력이 있을 경우 선별진료소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직원과 의료진들을 대상으로는 부서장 이상급에서 각 직원들을 일대일로 불러 신천지 접촉력 여부를 확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종교는 민감한 개인정보이다보니 병원이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었다.
게다가 병원의 직원 대상 자진신고 독려 등은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의료기관에 신속하게 신천지 교인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약팀장이 뒤늦게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져 접촉한 직원들과 공보의들이 격리됐는데 유사한 사태가 병원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천지 교인 명단 공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법률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상황이 심각한만큼 적어도 의료기관에서는 신천지 교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본은 신천지 교단 명단을 입수하더라도 이를 의료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와 보건소에 전달 후 교인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에 21만여 명에 달하는 신천지 교인을 전수 조사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들은 여전히 병원내 감염 우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