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 호흡기내과 이세원 ‧ 융합의학과 신용 교수와 함께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강영애 교수팀은 폐결핵 신속 검사 단계에서 얇은 필름 한 장으로 폐결핵을 기존보다 2배 이상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슬림칩’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폐결핵은 전염성이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2달까지의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최종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속 검사법을 활용해 격리, 약물 치료 등 정확한 방침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동안 진단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슬림칩’을 실제 신속 검사 단계에 적용한 결과, 검사 민감도는 약 84%였고 특이도는 약 87%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될 확률, 특이도는 질병이 없을 때 질병이 없다고 진단되는 비율이다.
연구팀이 기존 신속 검사법인 ‘분자 진단검사(Xpert MTB/RIF)’로 폐결핵 환자를 진단한 결과, 검사 특이도는 100%였지만 민감도가 37%로 나타났다. ‘슬림칩’을 이용한 검사법이 기존 검사법과 특이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민감도는 2배 이상 높아, 폐결핵이 있는 환자들을 2배 이상 잘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슬림칩(SLIM assay)’은 손바닥만한 얇은 필름으로, 환자 객담(가래)을 필름에 흘려보내면 필름 내에서 결핵균이 농축되고 바로 그 농축된 결핵균에서 핵산(DNA)까지 추출해내 폐결핵 진단을 돕는다. 소요 시간도 기존 신속 검사법과 비슷한 2~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폐결핵을 정밀 검사하기 위해서는 환자 객담을 채취해 결핵균을 배양하는 객담 배양 검사를 하는데, 약 6~8주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속 검사도 실시한다. 하지만 그 동안 검사 민감도가 높지 않아 의사가 환자 증상을 보고 임상적 판단에 의해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후 ‘슬림칩’ 기술이 상용화되면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빠르게 폐결핵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림칩’을 개발한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슬림칩’처럼 병원균 농축과 핵산 추출을 동시에 하는 시료전처리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면서 “얇은 필름 한 장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분자 진단 신속 검사법과 소요 시간은 비슷하면서도 비용이 10분의 1정도로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 교수는 또 “객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시료에서도 병원균 농축 및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호흡기학회지(European Respiratory Journal, IF=11.807)’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