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외국인 전용 건보공단 설립 일거다득”
'중소병원 유휴병상 활용도 높이고 국부창출·보건의료 고용 증대 가능'
2018.07.16 12:4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 격양된 어조였다. 의료정책을 힐난하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분노가 아닌 확신이었다. 병원도 살리고, 국부(國富)까지 창출할 수 있는 묘책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얼마 전 만난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송 前 회장은 결연했다.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한 대화 주제는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공단 설립’이었다.

생소한 개념에 생뚱한 느낌이 격한 공감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이 가입하는 건강보험’. 즉, 제2 건강보험공단 설립이었다. 병원계 주장이기 때문에 성사 여부는 미정이지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일산병원 외에 건보공단 직영 보험자병원을 추가로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 주장은 물론 건보공단 내부적으로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금년 2월 취임한 김용익 이사장도 설립 취지 입장을 피력했고 최근인 5월에는 일산병원을 방문, 역할론 확대 등을 논의했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하는 등 앞으로 이 사안은 상당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과 연관된 두가지 중요한 사안을 짚어봤다.  

대한중소병원협회의 ‘글로벌 개방형 역외건강보험공단 설립’ 제안이 화두다. 외국인들도 보험료를 내고 양질의 한국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재외국민 750만명과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지역 외국인을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할 별도의 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하자는 내용이다.

다시말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건강 보험료를 지불하고 동일한 혜택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얘기다.

물론 이 건보공단은 외국인들이 지불하는 보험료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국민 1인 당 평균 건강보험료가 10만원 정도임을 감안, 이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그림이다.

저비용·고효율 의료서비스, 외국인 유도기전 ‘충분’

보험료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한국 건강 보험료율은 6.12%로, OECD 국가 평균 보험료율 9.5%보다 훨씬 낮다. 일본은 8.5%, 프랑스 13.5%, 독일 14.2% 등이다.

한국의 풍부한 의료자원과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 특히 저렴한 의료비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에 충분한 유도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5대 암 생존율 및 간이식 성공률은 96%로 미국보다 우위에 있고, CT, MRI, PACS, 초음파 등 첨단 의료장비 확보율도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심장질환, 관절수술, 위이식, 척추융합술 등 8개 수술비용이 미국 대비 1/3, 일본 대비 2/3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즉,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보험료를 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에 가입을 희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한국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은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후 고국으로 돌아가 원격의료를 통한 사후관리를 받는 형태가 유력하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많은 나라의 경우 직접 한국 의료기관이 진출, 굳이 우리나라로 오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치료를 받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던 기존의 의료기관 해외 진출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이 확보된 상태에서 진출하는 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불었던 한국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 열풍이 부지불식 간에 사라진 이유를 되짚어 보면 ‘외국인 전용 건강 보험’이 갖는 잠재력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외국인 전용 건보공단 설립’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경영난을 호소하는 국내 병원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총 병상수는 66만8470개다. 이중 환자가 없어 비어있는 병상 비율이 무려 30%에 달한다.

대학병원들의 병상가동률은 거의 100%에 육박하지만 중소병원의 경우 평균 60%에 불과하다. 20~30만개 병상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따른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당연지사다.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유휴병상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이와 함께 중소 병원들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막대한 국부창출 효과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는 2009년 2조2000억원에서 2015년 3조8000억원으로 매년 8%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양질의 의료를 찾아 국경을 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세계 환자 유치시장 규모는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이 출범할 경우 한국이 세계 의료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면서 확실한 국부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수천억 먹튀 외국인 진료도 방지”

여기에 해외환자 및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보장, 중증진료 활성화를 통한 국내 의료서비스 고도화,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 육성까지 일거다득의 효과가 기대된다.

병원 및 관련 산업 활성화는 자연스레 고용창출 효과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제도 도입은 ‘외국인 먹튀 의료’에 의한 재정 누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3개월 분의 건강보험료를 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외국인들의 먹튀 의료쇼핑으로 인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건강보험을 취득한 후 한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출국해 건강 보험 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은 2만4773명에 달한다.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이 도입되면 이러한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제대로 보험료를 내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국제협약과 상충·의료 영리화 논란 초래 등 과제

물론 회의론도 존재한다. 먼저 사회보장 범위에서 국제협약 적용과의 상충에 대한 우려다. 국내 일정기간 체류한 외국인이라면 자국의 사회보장 범위에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협약이 있는 만큼 별도 건강보험은 자칫 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미 외국인 특례를 적용받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민간보험 가입도 가능한 만큼 역외 건강보험이 실효성을 확보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영리화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의료 분야에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익창출이 가능할지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 및 해외 거주자의 이중보험 가입에 따른 문제점과 외국인 환자들의 병상 점유율 증가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공단 설립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국가와 병원,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만큼 비토에 부딪힐 일도 없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수 많은 난관과 과제들이 있지만 국내 급성기 병원의 미래가 밝지 않은 만큼 지금 검토하지 않으면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며 활발한 논의를 주문했다.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은 회원병원들의 경영난을 읍소하던 중소 병원협회 이송 전임 회장이 목놓아 그 당위성을 설파할만 하다. 이제 이 획기적인 제안에 국회와 정부가 답할 차례다.

정부는 아직까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건강보험 체제를 도입하는 문제인 만큼 실현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획기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써는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 이르다”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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