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기피···예산 늘려도 약발 안먹히는 권역외상센터
'예산 증액보다 전문인력 확보 등 제도 개선 먼저' 제기
2018.08.22 07: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올바른 모델이 정립돼 있지 않고 수가 개선이 요원하다 보니 의료인 역시 권역외상센터를 기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산 증액보다 제도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은 “전공의들의 외과 기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외상센터 시범사업을 이대로 끌고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전공의 파견 등은 땜질식 처방과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014년 정부가 권역외상센터에 수가 개선 방안을 용역, 발주해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 의원은 “여전히 중증 외상환자 치료에 제한적인 보험급여 기준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건강보험수가 진료 처치 과정 중 수가 기준이 없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윤 의원은 “예컨대, 여러 장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수술 외에는 대부분이 삭감되거나 청구가 불가능하다”며 “그러다 보니 중증 외상환자 진료에 적극적인 기관일수록 손해일 수밖에 없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건강보험급여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에 적자 경영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향후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적정 비용을 보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24시간 생명
의 최전방에서 적지 않은 위험을 감내 하는 의료진에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국회는 물론 정부는 수가 개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권역외상센터 운영 치침에 따라 권역외상센터는 국비지원 전담의사 5명당 병원부담 전담
의사 1명을 채용해야 하지만 그야말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 집행률은 2013년 84.4%, 2014년 85.6%, 2015년 79.6%, 2016년 83% 등으로 해
마다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예산집행률은 91.4%에 불과했다.


실제 이날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외상센터에 지원되는 3300억원 중 300억원이 불용됐다”며 “외과 수련의 한 명당 연간 7000만 원, 지도전문의의 경우 1억2000만 원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만 장학금을 지원받은 후
의사들이 센터에 취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련병원을 추가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외상외과 전문의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료인의 외과계 기피로 인한 채용의 어려움에서 비롯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
고 있다.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권역외상센터가 전문의 채용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권역외상센터가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북한병사 귀순 사건을 계기로 올해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53% 증가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예결위 전문위원실은 보고서를 통해 “권역외상센터가 전담의사를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기능 수행 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에서 필요한 전담의사의 수를 충원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외과계 수가의 경우 오랜 기간 부적절함을 지적 받았다”며 “장기적으로 전문 인력 공급 대책을 세우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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