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연구중심병원 지정 기관 명단이 공개된 후 1년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정부가 초기 성과를 제시해 관심을 모은다.

10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연구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 등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됐고, 나머지 4개 기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무엇보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없었던 만큼 이들 연구중심병원이 정책 사업 수행에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가 3일 공개한 연구중심병원 지정 이후 주요성과를 살펴보면 본격적인 연구 수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주를 이뤘다.

성과를 냈다고 소개된 기관은 가천대학교 길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등 6곳이다.

경북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등 4곳은 주요성과 소개에서 제외됐다.

먼저 길병원의 경우 뇌질환 및 대사성질환 관련 연구자원의 외부개방을 위한 연구기반을 조성했다. 인력‧공간 및 네트워크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성과라고 전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우수한 연구기반환경과 자연환경을 결합한 벤처기업, 연구소의 아이디어와 병원의 임상테스트를 접목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분당차병원은 줄기세포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 파킨슨병 등 난치병 치료가 곧 임상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난치성 뇌종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전하기로 협약을 맺고, 연구 시스템과 인프라를 그대로 구현하는 쌍둥이 프로젝트가 진행중에 있음을 알렸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의생명연구원을 중개연구와 임상연구의 두 축으로 재편하고 연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의생명연구원장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연구 거버넌스를 확립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11월 글로벌 임상시험센터로 국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고품질의 임상시험 서비스 제공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복지부는 지원과 육성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 연구중심병원들이 먼저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이후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구상중인 연구중심병원 사업 추진체계는 크게 ‘지정사업’과 ‘육성사업’으로 나뉜다.

지정사업은 진료 중심의 병원시스템을 진료‧연구 균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연구 역량이 뛰어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 연구 관련 시스템 및 환경 변화의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연구중심병원을 대상으로 병원의 중점연구 분야에 대해 지원함으로써 실질적 정책효과를 제고하는 ‘육성사업’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연구중심병원은 선(先) 시스템 변화 후(後) 지원의 2단계 체계로 진행될 것”이라며 “산업적 가치창출 및 국민 건강수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대진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