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아산·삼성 제치고 뽑힌 길병원
이근 병원장 '모두 안된다고 할때 과감·지속적인 R&D 10년 투자 결실'
2014.10.19 20:00 댓글쓰기

지난 10월1일 가천대 길병원이 10개 연구중심병원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과 함께 ‘국고 지원 연구과제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을 때 의료계 반응은 ‘물음표(?)’에 가까울 정도로 의외라는 분위기였다.

 

길병원의 연구 인프라와 과제 수행 능력이 소위 Big5에 속하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앞설 만큼 경쟁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앙천대소(仰天大笑)'하면서도 “R&D에 집중 투자 한 그간의 노력이 저평가 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근 병원장은 “우리는 10년 전 모두가 병원 수익을 위해 병상 수를 늘릴 때 640억 원을 들여 뇌과학연구원을 설립했다. 일찌감치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암당뇨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등 R&D에 지속 투자한 노력이 지금에야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다음 세대 책임 질 먹거리 개발”

 

이근 병원장[사진]은 연구-진료-산업이 연결된 ‘메디컬 클러스터’가 구축된 점을 길병원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지난 2009년 송도 경제자유구역도시에 ‘바이오 연구 콤플렉스(BRC·Bio Research Complex)를 설립, R&D 결과물의 조기 상용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뇌과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원, 암당뇨연구원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BRC 내 생산시설에서 제품화한다는 구상이다.

 

이근 병원장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R&D가 제품화하지 못하고 사장(死藏)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며 “BRC 조성으로 길병원은 연구-임상-산업화의 3박자를 모두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은 이 같은 산학연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당뇨, 비만 등 대사성 질환 신약과, 뇌질환 융복합 영상진단기기(PET/MRI) 및 조기 진단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근 병원장은 PET와 MRI 상용화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세계 최초로 초정밀 뇌신경지도 제작에 성공하는 그 간의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장비 개발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길병원 뇌과학연구원은 현재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HRRT-PET'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연구용 7.0T MRI를 확보하고 있다.

 

이근 병원장은 “MRI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코일인데, 임상 과정에서 불편한 점을 바탕으로 기존 보유한 7.0T MRI의 코일 성능을 개선해 더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BRC에서 우리가 개발한 MRI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인체 크기와 상관없이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한 ZOOM-PET 개발에도 성공했다는 전언이다

 

“정부의 지속 투자는 연구중심병원 방향성에 큰 힘”

 

이제 길병원에게 남은 과제는 지난 10년의 결과물을 디딤돌 삼아 또 다른 10년의 혁신을 이룩하는 일이다.

 

이 근 병원장은 “정부의 국고지원 연구과제 시행이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연구가 병원의 미래다’라는 이길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구축한 다양한 연구 자산들을 잘 꿰어 미래 세대를 책임질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R&D에 병원이 훌륭한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재투자를 할 수 있으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병원들이 핵심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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