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개소법' 합헌 판결 후폭풍···대규모 송사 예고
명의도용·지분투자·주식회사 등 네트워크 병원 형사처벌 위기
2019.08.31 05: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1인 1개소법’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그동안 미뤄졌던 네트워크 병원 관련 형사소송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헌재 판결에 따라 네트워크 병원들에 대한 형사소송이 시작될 것”이라며 “‘기존 전형적인 ‘의료인 명의도용형’은 물론 ‘지분투자형’, ‘주식회사형’ 네트워크 병원들도 모두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30일 밝혔다.
 

의료 공공성과 영리화 방지를 강조한 헌재 결정문이 나오면서 검찰이 더욱 확신을 갖고 기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은 1인 1개소법 위반에 대해 징역 5년 이하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에 따라 의료법 제33조 8항 자체가 무효화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검찰의 기소가 주춤했었다.

실제로 헌재 판결을 앞두고 수사가 도중 멈춰진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병원뿐만 아니라 운영기간 마다 각각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한 번 형사 처벌을 받은 병원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는가 오해할 수 있는데, 의료법 제33조는 특정 기간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는 것으로 다른 기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1인1개소법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병원도 2018년부터 이뤄진 행위에 대한 처벌을 다시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사 출신 A변호사는 “1인1개소법을 둘러싼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현재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헌재 결정 이후 관련 소송의 상급심이 근시일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양한 형태 네트워크 병원 모두 위법 대상”
 

이번 헌재 판결은 2015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 5년 만이고 법이 개정된 뒤로는 7년 만이다. 개정 전(前) 의료법 제33조 8항은 의료인의 중복 ‘개설’만을 금지했으나 2012년 개정 후 개설과 운영을 모두 금지했다.
 

법개정 후 헌재 판결까지 시간이 있었던 만큼 그간 1인 1개소법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법(의료법 제33조 2항)에 저촉될 위험이 있던 네트워크 병원은 다양한 형태로 경영 방식을 바꾸며 합법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오고자 노력했다.
 

다른 의료인을 고용하는 방식부터 주식회사, 비의료인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 등 위법한 의료기관 복수 개설방법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의 2016년 논문 등에 따르면 최근 네트워크 병원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프렌차이즈형'이다. 여러 명의 의료인이 각자 자신이 소유하는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하면서 단순히 의료기관 명칭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조합형' 내지 '지분투자형'이다. 배후의 의료인이 지분을 투자해 명목상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참여하는 유형을 말한다.
 

셋 번째는 '오너형', '경영주도형'이다. 배후 의료인이 자금조달과 인력채용 등의 경영행위를 주도적으로 해 사실상 병원을 지배하는 유형이다.
 

일부에서는 여기에 네 번째 유형인 ‘주식회사형’까지 포함시킨다. 별도 병영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해 의료행위 외 전반적인 서비스를 일임하는 형태다.
 

마케팅, 인력관리, 구매관리부터 진료비 책정까지 컨설팅을 대행해 병원운영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 1명의 의료인이 MSO를 운영하며 각 병원을 완전히 통제하는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질적 경영주체인 MSO가 각 병원의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장비구입 등 모든 계약사항을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는 “MSO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 병원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진료 외 가욋일을 돕는 ‘보조자’ 개념으로 MSO를 바라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실질적 ‘경영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1인 1개소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은 “배후 특정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사실상 주도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하며 영리추구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저촉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 의료인이 다수 의료기관을 지배하지 않아도, 의료법을 준수하면서 병원 이름을 공동 사용하고, 치료재료를 함께 구매해 진료 기술이나 마케팅 방식 등을 함께 공유하는 등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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