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제1 저자이자 동시에 교신저자로 집필한 연구 논문이 세계 최고 의과학 저널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됐다.
NEJM은 지난 11월17일 오전 강덕현 교수팀의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조기수술과 보존적 치료 비교(Early Surgery Versus Conservative Care for Asymptomatic Aortic Stenosis)’에 관한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이로써 강덕현 교수는 지난 2012년 ‘심내막염에서 조기수술과 약물치료 비교’ 논문에 이어 두 번째 NEJM에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연구에서 강 교수는 고령의 대표적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 중에서 증상이 없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법을 제시했다.
증상이 없다고 ‘관찰’만 하기보다는 ‘조기 적극 수술’로 치료지침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세계 심장학계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고 치료법이 불분명해 논쟁과 고민을 거듭했던 난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선진국에서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심장판막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대동맥판막 교체술은 가장 효과적인 표준치료로 알려져 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중 3분의 1은 무증상으로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지금까지는 진단되더라도 특별한 치료 없이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증상이 발생하면 대동맥판막 교체수술을 받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중증이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관찰을 하는 것과 증상이 없더라도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술을 하는게 환자에게 이로운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져 있어 중증이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 중 보존적 치료를 받은 72명과 진단 후 2개월 안에 조기 수술을 받은 73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2개월 내에 적극적으로 조기 수술을 받은 환자의 1차 평가 기준인 수술 사망률 또는 심혈관 사망률은 1.4%로 집계됐으며, 보존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사망률이 15.3%를 보였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평균 6년간 관찰한 결과 조기수술군에서 6.8%, 보존적 치료군에서는 20.8%로 나타나 보존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월등히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존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의 급사 발생률은 진단 받은 후 4년 내에는 4.2%, 8년 내에서 14.2%로 나타나 급사의 위험도 높았다.
강덕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판막 입구가 0.75㎠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보존적 치료보다 2달 내 조기 수술을 하는 것이 사망률을 현격히 줄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결과는 NEJM에 게재됨과 동시에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세계적인 임상 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 발표돼 전 세계 의학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학술지 위상을 반영하고 전세계 의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이 보고 치료 지침으로 삼는지를 나타내는 피인용지수(impact factor)를 살펴보면 NEJM은 72.258로 실제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고 가장 권위 있는 저널이다.
2000년 이후 NEJM에 등재된 논문 중 국내 연구자가 교신저자인 논문은 단 10편 뿐인데, 그 중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이 7편을 기록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가 총 5편의 연구논문에 교신저자였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강덕현 교수는 두 편의 연구논문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강덕현 교수는 “NEJM에 이번 논문이 등재됨에 따라 그동안 불명확했던 치료 방침으로 의학계에서도 고민을 거듭했던 무증상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이 제시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그는 “증상이 없다고 간과하지 말고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