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 끊기는 산부인과→'분만 의사' 없어진다
의료사고 부담 젊은의사들 '기피' 심화…"국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2023.09.20 05:52 댓글쓰기

[기획 下]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 주관으로 열린 '분만 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 현실' 토론회 2부에서는 '고위험 산모 진료 필수인력 붕괴와 대책'을 주제로 가시화되고 있는 '분만 인프라 붕괴' 문제를 다뤘다.


특히 설현주(경희의대), 오수영(성균관의대), 배진곤(계명의대), 김석영(가천의대), 황종윤(강원의대) 등 현직 산부인과 교수들이 연자로 나서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먼저 설현주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공유하며 산과 의료소송이 분만 기피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47% "앞으로 분만 안한다"


조사에 따르면 4년차 전공의 및 전임의 향후 진로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47%가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이 79%로 가장 높았다.


향후 분만을 하겠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75%가 '분만관련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현주 교수는 "잇단 의료소송은 역량있고 양심적인 산과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위축시키거나 포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4년차 전공의 및 전임의 61%가 '고위험 산모 전담 산과 전문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과중한 업무'가 46.6%, 이어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33.6%였다.


인력부족 해결책으로는 43.6%가 '법적 분쟁에 대한 적극적 보호책 마련'으로 답했다. 그중 67.3%가 '의료사고 면책'이 가장 높았다.


설 교수는 "분만을 하던 하지 않던 젊은 의사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분만 관련 사고와 이로 인한 소송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배진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교수는 "분만 인프라가 망가져야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끝을 보면 달라질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젊은의사들이 산부인과는 당연히 선택하면 안되는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들은 산부인과 현실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의대생을 지도하다 보면 '교수님은 왜 산과를 하느냐'고 묻는다. 4년차 전공의도 같은 말을 한다"며 "의대생 20~30%는 일반의(GP)를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바로 이 세대가 참여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를 어떻게 불러 모을 것인가에 국가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수가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수가제에 고위험 및 합병증 정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위험 산모를 경증 중증 중증으로 나눠 다른 포괄수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과 교수 병원당 '1.3명' 불과…고령 고위험 산모 진료 차질


오수영 성균관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분만 관련 전문인력 수급 현황을 설명하며 문제점을 짚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는 171명에서 7명으로 전체 6.7%에 불과하다.


오 교수는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라지면서 분만 취약지,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수급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산과 교수 인원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오 교수에 따르면 95개 수련병원에서 산과 교수는 125명(전임교원 기준)으로 병원당 1.3명에 불과하다.


또 교수 평균 연령이 5세 높아지면서 산과 교수 고령화도 지속적으로 악화해 2032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 76%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경북·경남·제주·전남·광주·충북·울산은 지역 전체 산과 교수가 5명도 안 된다. 


수도권이라고 다른 건 아니다. 오 교수가 근무하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는 올해 펠로우(임상강사)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내년도 지원자도 없었다.


오 교수는 "젊은 교수 유입 감소로 향후 고위험 산모 진료와 교육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산과 교수 부족은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지원책에 대한 정부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석영 가천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의사들이 바라보는 산부인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젊은의사들 "분만 안하니 삶의 질 개선…스트레스 심각"


김 교수는 "젊은의사들은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환자군 자체가 들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의사  희생에만 의존하는 의료시스템, 분만 인프라, 의료소송 위험성 등 포괄적인 문제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분만을 하지 않음으로 나타난 변화로 모든 학생들이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할 만큼 의료분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며 고충을 전했다.


그는 "산과 수련을 마친 젊은의사가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모두 떠나는 것을 보면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며 "산과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마지막 연자로 나선 황종윤 강원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현실을 짚으며 개선점을 조명했다.


황 교수가 꼽은 문제는 예산부족 인력 확보 권역내 연계 체계 구축 응급환자 전원 등이다.


황 교수는 "고위험 산모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다"며 "특히 산모 치료시설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하고 산모 연계 협력 및 이송 시스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치료센터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비 현실화, 진료환경 개선, 권역내 응급산모 연계체계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에서도 산부인과 현장 고충을 공감하고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신욱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위험도에 따른 모자의료전달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중증 모자의료센터'로 변경하고,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34개소)'를 '일반 모자의료센터(42개소)'로 개편, 확충한다.


또 고위험 분만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산모를 진료할 수 있도록 집중치료실과 고위험 수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신 과장은 "분만취약지 산모를 위한 지역 분만기관 역할을 명시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역별 차등수가 도입, 안전정책수가 신설 계획, 고위험분만 지원을 위한 시설·인력 기준을 갖춘 분만의료기관에 대해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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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판사 09.26 07:15
    판사가 산부인과 씨를 말리고 있고, 무식한 인간들이 고소고발 난무하고 리스크와 스트레스가 많고 페이도 적고 노동강도도 많고 이번에 17억 배상판결 봤지 그리고 외과의사 법정구속 봤지 1만명 살려도 1명 사고로 죽으면 회생불능인데 필수과 하는의사 좀 모자라는 사람인 듯.
  •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09.20 12:27
    산과 의사 멸종되면 부인과 의사들이 땜빵역할하면서 당직 대신 서주고 야간 분만 받으면 될것을 뭔 걱정이여. 그럴려고 산부인과 한거 아니여?
  • 남자 산의? 09.20 12:11
    모든 레지던트 직종중 남자 산부인과 의사만큼 성차별 심하게당하는 직종도 없던데... 위 연자의 뉘앙스 들어보면 예나 지금이나 남자산부인과 레지들은 노동력 수단으로 밖에 취급못받는다. 마치 전문의 따고 시골가서 종사해야하는 그룹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산부인과 로컬 나가면 거의 돈되는거 산과  쪽인데 산모들로부터도 성차별받는 입장이 남산의다. 그러니 로컬서도 푸대접이고 당직용이다. 차라리 남자들 입장서는 신경외과 정형외과가 더 비젼있다.
  • 유튜브 보니 09.20 12:05
    유튜버 최용식 소장님 말씀들어보니 출산율은 저렇게 떠들썩하게 난리친다고 오르는 것도 아닙디다.

    걍 덮어놓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십시다. 그러면 민간에서 알아서 자연스레 올라가는게 출산율입니다. 현재의 삶이 각박한데, 누가 애를 낳으려하겠습니까? 프랑스가 그렇게 출산율을 올렸다고 합니다. TV에서 오히려 덮는 식으로 하니 자연스레 올랐답니다.
  • ㅋㅋㅋ 09.20 10:31
    ㅋㅋㅋ 하나마나한 소리를 길게도 쓰셨네요...

    보험으로 커버는 쉽지 않고 결혼하고 출산율 높이는건 이미 물건너 갔고.. 그럼 결론은 의사수만 늘리자는 거네요.. ㅎㅎ

    10배로 늘려도 안해요.. 왜 안하는지는 잘아실테고..
  • 소백산 09.20 09:49
    소송에 따른 위험으로 산과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작금의 현실은 기성세대가 만든 문제입니다.

    우리사회의 비교문화, 교육열, 주택문제, 의사인력 통제에 따른 의사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졌지요... 

    의사인력 2배로 늘리고,  의료소송에 따른 위험을 보험으로 커버하고,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출산율 높이는데 힘을 쏟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