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로 잇단 안타까운 '환자 사망'
치료받을 병원 찾다가 목숨 잃는 사례 확인…"정부 대안 실효성 미흡" 지적
2024.04.23 18:05 댓글쓰기



의정(醫政)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공백이 각 사망 사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의료현장 혼란이 계속되면서 환자들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내놓고 있는 대안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되면서 소위 '길거리 사망' 초래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에서 60대 심장질환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다가 5시간 만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밭일을 하던 A씨 오후 4시 9분께 가슴에 통증을 느껴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경남지역 등에 있는 병원 6곳에 10번가량 연락을 했지만 병상이 없거나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A씨는 5시 30분이 가까워진 시각에야 20㎞ 떨어진 부산 한 2차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각종 검사를 거쳐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았다.


해당 병원은 다시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A씨를 옮겨졌지만 오후 10시 수술 준비 과정에서 끝내 숨졌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A씨 유족 측은 "빨리 수술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살았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이번 의료 공백으로 인해 혹시 모를 생존 가능성을 저버린 것은 아닌지 원통할 뿐"이라고 말했다.


바로 전날에도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30일 오후 4시 반쯤 충북 보은군에서 생후 33개월 된 B양이 주택 옆 1m 깊이 도랑에 빠져 있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보은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고 저녁 6시 7분쯤 맥박이 돌아왔다.


이후 병원 측은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충북과 충남권 상급종합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소아 중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수술이 지연된 A양은 저녁 7시 1분쯤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약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달 22일에도 충북 충주시에서 70대 C씨가 전신주에 깔려 구조됐으나 병원 3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결국 사망하기도 했다. 


A씨는 5시 11분께 다른 주민이 몰던 트랙터의 충격으로 넘어진 전신주에 깔려 발목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발목에 골절상을 입은 A씨를 인근 대학병원과 의료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대학병원은 마취의가 없다는 이유로, 의료원은 수술을 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오후 6시 14분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발목 수술을 받았으나 마무리 시점에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 측은 복부 출혈을 의심, 인근 상급종합병원 3곳에 전원 요청을 해 그중 연락이 닿은 경기도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C씨를 전원했으나 이송 중 숨졌다.


의정 갈등 장기화되면서 환자 불안감은 가중…피해신고 2392건


이처럼 의전 갈등으로 의료현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위 '응급실 뺑뺑이' 논란까지 일자 환자들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9일부터 운영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17일 오후 6시 기준 2392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 수술 지연, 진료 차질, 진료 거절 등 실제 피해신고 접수로 연결된 사례는 678건이다. 이 밖에 ▲의료 이용 불편 상담은 492건 단순질의는 954건 법률 상담은 268건 등이다.


특히 암환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국내 암 환자 상당수가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수도권 '빅5 병원'들의 의료 공백 사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부친이 암진단을 받은 한 보호자는 빅5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거부당했다.


해당 환자는 ‘파업이 끝나고 오라’, ‘6월 이후에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지방 종합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은 "의정 갈등으로 암환자들의 수술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의료 공백이 두 달 넘게 계속되면서 환자들이 겪는 고통도 날로 커지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원론적인 얘기를 멈추고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데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나도 사태가 지속되면서 정부를 향한 환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암환자협의회 등 6개 중증질환 환자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5일 국회를 향해 "지난 두 달간 선거를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의료 공백 사태를 종결하도록 중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치권이 총선 준비를 위한 전초전과 온갖 선거 관련 이슈로 국민의 신음하는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아 환자들은 두 달간 이를 악물고 고통을 버텨 왔다"며 "이제 국회가 개점휴업을 끝내고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를 비롯한 9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11일 22대 국회를 향해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연합회는 "이번 선거 결과는 의료계와 정부의 계속되는 갈등 국면 속 고통받는 국민과 환자의 뜻"이라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국회의 중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 속에서 국민과 환자가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제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중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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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판새 04.26 15:14
    주술정치의 끝모를 추락 . 정권마다 의사 패면 국민들 환호 했다. 국민도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없이 막가파정책은 사라져야 한다. 이번 의료사태는 붕괴 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아마추어 정권 주술정권 하야가 마땅하다.
  • 이성민 04.24 11:43
    이유와 원인이 어찌됐든 환자 목숨을 볼모 삼은 의사들은 개 쌔끼들이 분명함... 국민들은 절대 잊지 않을 거다. 그리고 향후 그 결과는 의사집단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