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요금 누진세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사시사철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병원들의 전기요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입원환자는 물론 외래환자에 직원까지 하루 적게는 수 천명, 많게는 수 만명이 이용하는 대형병원들의 경우 냉방시설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국내 단일병원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연간 9300만kW의 전기를 사용한다. 30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세브란스병원 및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도 이 보다는 적지만 일반 대중시설과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 대형병원이 연간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무려 100억원 안팎에 이른다. 특히 에어컨 가동이 불가피한 여름철 전력 소비가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병원들이 전기요금 누진세 폭탄을 맞는 것은 아니다. 병원들에게는 주택용이 아닌 일반용 요금제가 적용된다.
주택용의 경우 적게 쓰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량이 많아지면 높은 단위의 요금이 적용되는 누진제 방식이다. 최대 11.7배까지 차이가 난다.
반면 병원은 누진세가 없는 일반용 요금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단가 측면에서는 가정용 보다 비싸다. 가정용 월 최저요금이 1000원이지만 병원에 적용되는 일반용(을) 기본요금은 9810원이다.
누진세가 없는 대신 높은 단가가 적용되는 탓에 요금 부담이 적잖은 상황이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는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등 낮은 단가의 요금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병원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이들 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용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의료’라는 공공성을 감안, 산업용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한국전력공사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번번히 반려했다.
때문에 일선 병원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통해 전기요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통해 연간 수 억원의 전기요금 절약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 정보를 수집, 분석해 낭비 전력을 줄이는 시스템 도입 후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도 안정적인 전력 운용이 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은 △LED 램프 교체 △노후설비 교체 시 고효율 기기 적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 등 크고 작은 시도를 통해 전기요금 절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시설·장비 보다는 캠페인 전개·시스템 개선 등을 통한 노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주요 대상은 직원들이다.
△퇴근 한 시간 전 개별 냉방기기 전원 끄기 △사용하지 않는 전원기구 코드 빼기 △3개층 이하는 계단으로 걷기 등 ‘끄GO 빼GO 걷GO'의 ’쓰리고(Go) 운동‘이 대표적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산업용이 아닌 일반용 요금제가 적용되다 보니 전기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한 절약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각종 의료장비 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량이 있기 때문에 큰 폭의 절감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식기반 서비스산업과 같이 산업용 전력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