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양성자치료기와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하는 병원이 하나 둘 늘면서 국내 병원계에 첨단의료기기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유일하게 국립암센터가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양성자치료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도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결정해 사실상 꿈의 암 치료기를 이용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양성자치료기와 중입자가속기는 정상조직을 제외한 암 조직만 정확하게 공격하는 특성상 기존 방사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도 뛰어나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양성자치료기는 지난 2007년 국립암센터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설계와 공사, 도입, 시험가동 등 실제 가동되는 데만 5년이 소요됐으며 설치비용은 500억원이 투입됐다.
삼성서울 ‘가동’···세브란스·원자력병원 등 도입 추진
이후 세브란스병원과 한국원자력의학원, 제주국제대 등이 잇달아 도입을 선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일본 스미토모사(SHI)의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해 지난 1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한 양성자 치료기는 기존 양성자 치료기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기조절 양성자치료법(IMPT)이 탑재됐다.
또한 영상유도 방사선치료가 가능한 콘빔 실시간전산화단층촬영장치(Cone Beam CT)도 설치됐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지상 6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4445㎡ 규모로 기본이 되는 2기의 회전조사형 양성자치료기 이외에 최첨단 치료 보조 장비 등이 갖춰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일본에서 개발한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총 예산은 1600억원이며 업체 선정 과정을 거쳐 올해 중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019년까지 설치를 완료한 뒤 1년간 우선적으로 시범 가동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환자 진료는 2020년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가속기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차질을 빚고 있다.
원자력의학원은 치료시스템 핵심 기종을 중간에 변경하면서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5년가량 늦춰진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950억원이 투입되는 원자력의학원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는 지하 2층, 지상 2층, 총면적 1만2879㎡의 규모로 4월 준공예정이다.
2017년까지 설치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2018∼2019년 임상 시험을 거칠 계획이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기종 변경 이후 현 시스템의 핵심장치를 제작 중”이라며 “2017년까지는 조립과 빔 테스트를 끝내고 2018년부터 2년간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3000만원 진료비 누가 치료받나 '과잉공급' 논란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차세대 암 치료기를 무분별하게 들여온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양성자치료기와 중입자가속기는 설치비용이 비싼 만큼 치료비도 고가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방사선과교수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설치비와 운영비 등으로 치료비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좋은 치료라고 해도 진료비가 3000만원이나 발생한다면 치료받을 환자는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외과교수는 “요즘 새로운 치료법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극대화한 차세대 항암제들이 출시되고 있어 감가상각을 계산한다면 수천억원의 치료기 도입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국립암센터의 양성자치료기 도입초기에는 치료 실적이 미미해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양성자치료기로 치료할 수 있는 연간 최대 환자수는 5532명, 하지만 가동 후 1~2년 동안은 3.2%에 불과한 환자만이 치료를 받았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되면서 환자 문의 증가”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돼 치료 문의는 물론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양성자치료는 기존 소아암 환자 중에서도 뇌종양, 두경부암 환자와 중추신경 계통의 종양 환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지만, 소아암 전체와 성인의 뇌종양·식도암·췌장암, 간암 등에도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됐다.
급여 적용 후 치료비는 기존 방사선 치료비 수준인 100~2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환자군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결정된 후 눈에 띄게 환자가 늘었다”면서 “그동안 비싼 가격에 치료를 고민했던 환자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한 관계자는 “중입자가속기 도입은 이미 수년전부터 검토돼 왔으며 최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치료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우리나라도 중입자가속기 치료 환자가 증가할 것이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중입자가속기도 양성자치료처럼 보험이 적용되면 치료받는 환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은 중입자가속기를 진료 외에도 활용할 방침”이라면서 “연구개발 역량 지원 등 보다 포괄적인 방사선치료 분야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