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태움 방지법(이하 근기법)’ 시행이 7월16일 예정된 가운데 ‘민사소송’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근기법이 시행되면 직장 내 괴롭힘이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지방고용청)은 상급종합병원 등을 비롯해 10인 이상 의료기관(사업장)에 대한 ‘취업규칙 예시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근기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위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민사소송의 ‘이론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근기법 위반으로 민사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돼야 하는데,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근기법 제76조의 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제76조의 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에 신고 ▲괴롭힘 발생 인지 후 사용자 조사 ▲피해자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유급휴가 및 사실 확인 시 동일한 조치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계·근무 장소 변경 ▲신고자 및 피해자 등의 해고 및 불리한 처우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윤형 노무법인 나우 노무사는 “각 의료기관들이 근기법 개정안 시행 전 취업규칙 개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당장 100%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직장 내 괴롬힘 등 불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됐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사소송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상하라는 것이 돼야 하는데, 이전에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법리 구성이 쉽게 돼 민사소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강분 노무법인 행복한일 대표도 “근기법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명시됐기 때문에 괴롭힘으로 판명되면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민사소송 근거가 명확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과거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민사소송이 이론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근기법 시행 이후 취업규칙이 개정되면 이론적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가 명확해지기까지는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표는 “근기법 위반을 위해서는 괴롭힘 성립이 중요한데, 괴롭힘 성립 부분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판례가 쌓이기 전에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고용청, 10인 이상 의료기관 취업규칙 예시안 공개
한편, 서울지방고용청은 10인 이상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취업규칙 예시안을 공개했다. 일선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포함한 취업규칙 개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내놓은 것이다.
지방고용청이 공개한 취업규칙 예시안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한 내용은 해당 문건 9장에 있다. ‘제 9장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에서는 제56조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금지·제59조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발생 시 조치 등을 ‘필수’로 하고, 제57조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제58조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을 ‘선택’ 하도록 했다.
제56조는 근기법 개정에 따라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신고토록 한 것이다.
또 59조는 개정법령 상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하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제57조는 업종·사업장 별로 금지가 필요한 행위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제59조와 관련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대응 절차 등에 대한 내부 교육 실시 및 성희롱 예방교육 등과 병행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