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그동안 신장이식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을 확인하려면 신장에서 채취한 병리 조직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병리과 전문의가 분석해야만 했다.
사람이 직접 모든 부분을 다 분석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분만 판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로 신장이식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여부를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향후 활용도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사진 左] · 병리과 고현정 교수팀[사진 右]은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판독해 신장이식 수술 후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 여부를 진단해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한 정답과 비교해 약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AI를 활용할 경우 판독 시간이 평균적으로 약 1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으로 신장 조직을 분석한 후 병리과 전문의가 추가적으로 판독하면, 혹시 모를 진단 오류 발생 가능성과 진단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신장이식 수술 전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면역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직적합성항원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미리 실시하지만, 신장이식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중 하나인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었다.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이 의심되면 환자의 신장 조직을 채취한 후 특정 면역염색 기법을 적용해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peritubular capillary)의 개수를 세야 했다.
김남국 교수는 “염색된 모세혈관이 일정 기준보다 많으면 신장이식 거부반응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현미경으로 수백 배 확대해 육안으로 분석해왔다”며 “하지만 모세혈관이 매우 많다보니 일일이 다 보는 것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뿐만 아니라 일부분만 보더라도 눈에 피로가 쌓여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 200개를 면역염색한 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에는 인간의 신경망을 본 뜬 합성곱 신경망(CNN) 기술이 적용됐으며,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180개의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이용해 인공지능 기술의 유효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 신장 병리조직 슬라이드에서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이 있어 꼭 분석해야 하는 영역들을 인공지능 기술이 약 12분 만에 평균 147개 찾아냈다.
또 검출된 영역 중에서 병리과 전문의가 판독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무려 90%의 정확도로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을 1분 만에 발견했다. 총 13분 만에 신장이식 거부반응 여부를 판독한 셈이다.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로 그 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이 유독 힘들었던 병리 분야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한 인공지능 개발의 가능성을 보았다”며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현정 교수 역시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장이식 후 거부반응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면 적절한 치료법을 조기에 적용해 신장이식 수술의 성공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