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심질환 통합 적정성평가가 표류하고 있다. 양산되고 있는 것은 신기루와 같은 갖가지 오해와 의혹들뿐이다.
5일 대한심장학회 고위 관계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행태라며 항간에 떠도는 외압설의 구체적인 사례로 S병원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심평원 위원 B씨가 대형병원을 돌며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통지받은 삭감액 탕감 등의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야기가 와전되거나 오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B씨는 방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방문이었으며 거래는 스스로가 할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병원장 및 관련자들 또한 자료제출은 하지 않을 것이며 관련된 의혹은 언급된바 없다고 밝혔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관계자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당시를 재구성해봤다.
같은 시간·동일 장소·다른 기억
보직교수이자 심장내과 전문의인 A씨는 지난 8월4일 병원장실을 찾았다. 호출돼 간 자리에는 기관에 근무한다는 의대 10년 선배인 B씨가 동석하고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혈청검사 삭감액을 보전해줄테니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를 잘 넘기자"란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 원장실을 나온 A씨는 자료를 찾았다. 선배가 언급한 예상 삭감액은 대략 20억원. 그는 적정성평가 유혹과 압력에 흔들려선 안 된다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반면 병원을 찾았다는 B씨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인 부탁을 하기 위해 병원장실을 방문했다. 1시간여 미팅에서 그는 소속된 곳을 돕자는 취지에서 자료제출 얘기를 꺼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장은 삭감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지만 탕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B씨는 당시를 A씨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묘사했다.
혼돈 속 허혈성심질환 통합 적정성평가
A씨 회상대로라면 심평원은 적정성평가 자료를 받기 위해 선배를 동원해 압력을 가함과 동시에 20억원이라는 이득을 약속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학회 관계자는 "정황상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물며 "이 외에도 유사한 사건들을 들은 바가 있다"며 외압설과 거래설 같은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는 "5월 경 환수통지와 관련해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들은 바는 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얘길 하려해도 삭감액을 덜어주는 등의 권한은 없다"면서 "오해를 풀고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부탁만 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면서 "외압은 없었다. 있을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서로 간의 입장차와 시각차가 큰 것 같다"면서 "조만간 적정성평가와 관련된 공식적인 입장과 일정 등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해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학회들과 적정성평가의 문제점과 방향, 중앙평가위원회의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의료계 자체적인 대응책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에 적정성평가를 둘러싼 논의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